코바 인사이트=신형탁 기자 | 정부가 가상자산을 활용한 자금세탁을 추적하는 역량을 키우고, 의심스러운 거래를 일단 멈출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 2028년 국제 평가를 앞두고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전면 손보는 작업이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16일 ‘국가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확산금융 방지 전략 및 정책 운영방향’을 발표했다. 같은 날 국무총리 주재 제23차 국가대테러위원회에서 보고·의결된 내용이다. 5대 전략 아래 12개 이행과제로 구성됐다.

2028년 3월부터 14개월 평가

배경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제5차 상호평가다. FATF는 각국의 자금세탁 방지 제도를 점검하는 국제기구다. 한국은 2028년 3월부터 약 14개월 동안 평가를 받는다.

이번 평가는 법과 제도를 갖췄는지만 보지 않는다. 그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정부가 3년 가까이 남은 시점에 범정부 전략을 먼저 내놓은 이유다.

평가 등급이 낮아지면 영향은 정부 밖으로 번진다.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장은 기업의 국내외 송금 편의가 떨어지고 유학생·여행객의 해외 금융서비스 이용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 단위 신용도처럼 작동하는 평가라는 뜻이다.

구분내용
전략 1FATF 국제기준 정합성 제고(실소유자·전문직 의무)
전략 2의심거래 분석 역량 강화(AI·가상자산 추적)
전략 3위험기반 감독·제재 선진화
전략 4범죄수익 환수 촉진(의심거래 정지제도)
전략 5테러자금·확산금융 대응 강화

*출처=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

가상자산 추적, 고위험 분야 지정

가상자산 투자자가 눈여겨볼 대목은 두 번째 전략이다. FIU는 의심거래 분석 인력을 늘리고 분석 시스템을 고도화한다. AI 기반 분석과 가상자산 분석·추적 역량을 함께 키운다.

마약 범죄와 가상자산 활용 범죄는 ‘고위험 분야’로 묶였다. 이 분야는 전략적으로 분석하고 결과를 수사기관의 수사와 범죄수익 환수로 바로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자금세탁 수법이 가상자산과 현금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다양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기, 조세포탈, 마약처럼 일반 국민을 노리는 범죄가 자금세탁의 주된 원인 범죄로 빠르게 늘고 있다는 판단도 담겼다.

의심거래 정지, 무엇이 달라지나

네 번째 전략에는 ‘의심거래 정지제도’ 도입이 들어갔다. 지금은 금융회사가 의심스러운 거래를 FIU에 보고하는 데서 그친다. 정지제도가 생기면 범죄 자금으로 의심되는 거래를 일정 기간 멈춰 돈이 빠져나가기 전에 묶어둘 수 있다.

독립·확장몰수 제도도 마련한다. 독립몰수는 형사 유죄 판결과 별개로 범죄수익을 몰수하는 제도를, 확장몰수는 특정 범죄와 직접 연결이 입증되지 않은 재산까지 몰수 범위를 넓히는 제도를 일반적으로 가리킨다. 구체적인 설계는 발표되지 않았다. 해외 FIU와 사법당국과의 공조도 넓힌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미 특정금융정보법상 의심거래 보고 의무를 진다. 정지제도가 도입되면 거래소 역시 입출금 단계에서 더 빠른 판단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 세부 요건과 적용 범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변호사·귀금속상도 의무 대상

첫 번째 전략은 FATF 기준에 맞춰 제도의 빈틈을 메우는 것이다. 법인과 신탁의 실제 소유자 정보를 관리하는 체계를 만들고, 변호사·회계사·세무사·부동산중개인·귀금속상에게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단계적으로 지운다.

이 두 과제는 지난 제4차 평가에서 한국이 기준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다고 지적받은 핵심 취약점이다. 정부는 12개 과제 가운데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위장 법인을 세워 돈을 세탁하는 통로를 막으려는 목적이다.

이행은 3월 출범한 정부 합동 FATF 상호평가 대응단이 맡는다. 8개 작업반이 분야별 진행 상황을 점검한다.

확인된 것은 전략의 큰 방향과 우선순위다. 의심거래 정지제도의 정지 기간, 가상자산 거래소에 적용되는 방식, 전문직 의무 부과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시점이 다음 확인 지점이다.

사진=Seoul Institute /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정부서울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