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리먼브라더스 은행 한국 대표 김준송은 30년 넘게 트레이딩 데스크에 있었다. 파산을 피하는 비결을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예측 실력이 아니다. 리스크 관리, 그중에서도 산수 하나다.
그가 설명하는 시스템은 이렇다. 먼저 연간 목표수익을 퍼센트가 아니라 금액으로 정한다. "결국 다 금액이지 퍼센트로 버는 게 아니다"가 그의 말이다. 그다음 그 금액을 8에서 12로 나눈 값을 월간 손절 한도로 잡는다. 이 한도에 손실이 닿으면 오른 종목이든 내린 종목이든 가리지 않고 계좌 전체를 그 자리에서 청산하고, 그달 남은 기간은 아예 거래를 쉰다. 다음 달이 되면 그제야 다시 시작한다.
숫자를 나누는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게 잡으라고 조언한다. 시장을 하루 종일 볼 수 없는 겸업 투자자는 한도를 넓게(연 목표의 1/8), 매일 화면을 들여다보는 전업 투자자는 좁게(1/12에서 1/24까지) 잡는다. 자주 못 볼수록 한도를 넓혀야 잠깐의 노이즈에 조기 청산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여기까지는 투자서에 흔히 나오는 손절 원칙이다. 그가 강조하는 진짜 핵심은 그다음이다. 투자은행에서는 이 규칙을 단 한 번이라도 어기면 그 트레이더는 결국 파산한다고 본다. 그 한 번의 예외가 결과적으로 수익을 냈어도 마찬가지다. 이번엔 예감이 맞아서 규칙을 어겼는데 잘됐다는 성공 경험이야말로,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파산을 예약하는 신호로 읽힌다.
손절을 못 하는 이유도 그는 감정에서 찾는다. 손실이 나면 사람은 원인을 밖으로 돌린다. 시장이 틀렸다, 어떤 유튜버 때문에 물렸다는 식이다. 이렇게 탓할 대상이 생기는 순간부터 손절은 미뤄진다. 확률적으로 맞는 행동은 정반대다. 이긴 포지션은 더 들고, 진 포지션은 먼저 잘라야 한다. 손실이 났다는 건 그 판단이 틀렸다는 신호이고, 틀린 판단은 계속 틀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오른 종목을 먼저 팔아 이익을 확정 짓고, 손실 난 종목은 계속 붙들고 버틴다. 확률과 반대로 행동하는 셈이다.
이 규칙에는 예외가 하나 있다. 처음부터 장기 보유로 정한 자산, 이를테면 특정 종목을 레버리지 없이 30년 들고 가겠다고 정한 포지션은 이 손절 시스템 바깥에 둔다. 한 번 정하면 다시 검토하지 않고, 매일의 시가평가 대상에서도 아예 빼버린다. 반대로 변동성이 큰 소액 배팅에는 더 엄격한 규칙을 건다. 그가 소개한 자신의 비트코인 보유 사례가 그렇다. 매수 직후 얼마에 도달하면 전량 매도, 얼마로 떨어지면 전량 매도, 어떤 날짜가 되면 무조건 매도라는 세 조건을 노트에 적어두고, 이후로는 절대 고치지 않는다. 이 돈은 처음부터 전액 손실을 받아들인, 터져도 삶이 무너지지는 않을 금액으로만 배정한다.
그가 이 모든 이야기에서 한 번도 강조하지 않은 게 있다.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지, 시장이 오를지 내릴지에 대한 전망이다. 30년을 버틴 근거로 그가 내세우는 건 더 나은 예측이 아니라, 규칙을 한 번도 어기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