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 인사이트=신형탁 기자 | 브라질 대선 결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4선에 성공하자 브라질 증시가 하루 만에 14% 가까이 빠졌다. 재정 지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주식과 통화를 함께 끌어내렸다.

상파울루 증시 대표 지수인 보베스파(Ibovespa)는 지난 26일(현지시간) 17만6608로 마감했다. 직전 거래일인 23일 20만5083보다 13.88% 낮다.

장중에는 16만9516까지 밀려 낙폭이 17.34%에 이르렀다. 급락이 이어지자 브라질 증권거래소(B3)는 30분간 거래를 멈췄다. 2020년 코로나19 충격 이후 처음 나온 거래 일시 정지다.

득표율 51.79%…1차 열세 뒤집은 결선

브라질 선거법원(TSE) 최종 집계에서 룰라 대통령은 유효표의 51.79%를 얻었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는 48.21%였다. 두 후보의 표 차이는 약 440만표다.

시장이 크게 놀란 이유는 1차 투표 결과에 있다. 지난 4일 1차 투표에서는 보우소나루 후보가 앞섰다. 시장은 정권 교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주식을 미리 사 모았다.

1차 투표 직전 거래일인 2일 19만2115였던 보베스파는 5일 20만6912로 하루 새 7.7% 뛰었다. 9일에는 20만9067로 이 기간 최고치를 찍었다.

결선 결과가 그 기대를 한 번에 되돌렸다. 26일 종가는 9일 고점보다 15.5% 낮고, 1차 투표 전인 2일보다도 8.1% 낮다. 1차 투표 이후 쌓인 상승분이 모두 사라진 셈이다.

거래량 4배…해외 상장 ETF는 19.8% 하락

매도는 한꺼번에 몰렸다. 26일 보베스파 거래량은 직전 5거래일 평균의 약 4배였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브라질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아이셰어즈 MSCI 브라질(EWZ)’은 같은 날 34.15달러로 마감해 23일보다 19.8% 내렸다. 거래량은 2억9905만주로, 직전 5거래일 평균 약 5800만주의 5.2배였다.

달러로 거래되는 ETF가 지수보다 더 많이 빠진 것은 환율 때문이다. 주가 하락에 헤알화 약세가 겹치면서 달러 기준 손실이 커졌다.

구분내용
보베스파 26일 종가17만6608 (전 거래일 대비 -13.88%)
보베스파 26일 장중 저점16만9516 (-17.34%)
보베스파 10월 고점20만9067 (9일)
EWZ 26일 종가34.15달러 (-19.8%)
달러·헤알 환율5.05헤알(23일) → 5.37헤알(27일)

*출처=야후파이낸스 시세 데이터, 코바 인사이트 집계

헤알 6.3% 약세…원화로 보면 4.9% 하락

헤알화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1달러에 5.05헤알이던 환율은 27일 5.37헤알로 6.3% 올랐다. 26일 장중에는 5.46헤알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1달러를 사는 데 헤알이 더 든다는 뜻이다. 그만큼 헤알의 값어치가 낮아졌다는 의미다.

원화로 환산하면 1헤알은 23일 약 262.6원에서 28일 오전 약 249.6원으로 4.9% 내렸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국내 증권사들은 높은 이자를 내세워 브라질 국채를 개인에게 꾸준히 팔아 왔다. 이 채권은 이자와 원금을 헤알로 받는다. 헤알 가치가 5% 떨어지면 원화로 받는 돈도 그만큼 줄어든다.

표면 이자가 높아도 환율이 한 번 크게 움직이면 몇 년 치 이자가 사라질 수 있다. 브라질 국채가 고금리 상품이면서도 위험 상품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공공부채 GDP 80% 넘어…재정 경로가 관건

시장이 걱정하는 것은 재정이다. 브라질의 공공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80%를 넘는다. 기준금리(셀릭)는 연 13.7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룰라 대통령은 선거 기간 저소득층 현금 지원 확대와 영세 자영업자 채무 탕감을 약속했다. 지출이 늘면 국채 발행이 늘고, 이는 금리와 환율에 부담이 된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9월 올해 성장률 전망을 2%에서 1.8%로 낮췄다. 성장은 둔화되는데 지출은 늘 수 있다는 점이 매도의 배경이다.

보우소나루 후보 측은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무효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440만표 차이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당장 확인할 기준은 두 가지다. 보베스파가 1차 투표 전 수준인 19만2000선을 되찾는지, 달러·헤알 환율이 5.4헤알 아래에서 안정되는지다. 룰라 정부가 내놓을 첫 예산안의 재정 목표치도 함께 봐야 한다. 지금 확인된 것은 가격 충격이고, 정책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