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 인사이트=신형탁 기자 | 메리츠증권이 발행어음을 팔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제16차 정례회의에서 메리츠증권을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지정하고 단기금융업을 인가했다.
이번 인가로 단기금융업을 할 수 있는 종투사는 모두 9곳이 됐다. 금융위는 모험자본 공급 등 기업의 여러 자금 수요에 대응하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3조원 지정 후 8년 10개월
메리츠증권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투사로 지정된 것은 2017년 11월이다. 같은 달 미래에셋, 한국투자, NH투자, KB, 삼성 등 5곳은 4조원 종투사 지정을 받았다. 메리츠증권이 같은 단계에 오르기까지 8년 10개월이 걸린 셈이다.
종투사는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할 수 있는 업무가 늘어나는 구조다. 3조원을 넘기면 기업 신용공여 같은 투자은행 업무가 열린다. 4조원을 넘기고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발행어음을 찍을 수 있다. 8조원을 넘기면 종합투자계좌(IMA)까지 운용할 수 있다.
| 구분 | 증권사(지정·인가 시기) |
|---|---|
| 8조원 종투사(IMA) | 미래에셋·한국투자(2025년 11월), NH투자(2026년 3월) |
| 4조원 종투사 |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삼성(2017년 11월), 키움(2025년 11월), 신한·하나(2025년 12월), 메리츠(2026년 9월) |
| 단기금융업 인가 | 9곳, 이 중 삼성·메리츠는 2026년 9월 |
| 3조원 종투사 | 대신(2024년 12월) |
*출처=금융위원회 보도참고자료 종투사 지정 현황
발행어음이란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기 신용으로 찍는 만기 1년 이내 어음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은행 예금과 비슷하게 정해진 이자를 받는 상품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이렇게 모은 돈을 기업 대출이나 회사채, 비상장기업 투자 등에 쓸 수 있다.
현행 제도에서 발행어음 한도는 자기자본의 2배다. 자기자본이 4조원이라면 이론상 최대 8조원까지 조달할 수 있다. 증권사가 대형화할수록 빌려 쓸 수 있는 돈의 규모가 커지는 구조다.
다만 예금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발행어음은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발행한 증권사가 어려워지면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금리가 대체로 예금보다 조금 높은 이유도 이 위험을 투자자가 지기 때문이다.
한 단계 위에는 종합투자계좌(IMA)가 있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투사만 운용할 수 있고, 고객 돈을 모아 기업금융 자산에 투자한 뒤 수익을 돌려주는 구조다. 현재 IMA가 가능한 곳은 미래에셋, 한국투자, NH투자 3곳이다.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을 키우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덩치가 커질수록 쓸 수 있는 조달 수단이 늘어난다.
1년 새 인가 5곳
최근 1년 사이 발행어음 시장의 문이 빠르게 넓어졌다. 표를 보면 2025년 11월 키움, 2025년 12월 신한과 하나, 2026년 9월 삼성과 메리츠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다. 1년이 안 되는 기간에 5곳이 새로 들어온 것이다.
같은 달 인가를 받은 곳은 메리츠만이 아니다. 삼성증권은 2017년 11월 4조원 종투사로 지정됐지만 단기금융업 인가는 2026년 9월에야 받았다. 지정부터 인가까지 8년 10개월이 걸렸다.
2021년 5월 미래에셋이 인가를 받은 뒤로는 4년 넘게 새 사업자가 없었다. 그 전까지 발행어음을 파는 곳은 한국투자, NH투자, KB, 미래에셋 4곳뿐이었다.
공급자가 늘면 투자자에게는 고를 수 있는 상품이 많아진다. 증권사끼리 금리 경쟁이 붙을 여지도 생긴다. 다만 조달한 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해당 증권사의 건전성은 어떤지는 투자자가 직접 따져 봐야 한다.
다음에 볼 것
메리츠증권이 언제부터 발행어음을 팔지, 첫 상품의 금리와 만기가 어떻게 정해질지는 이번 발표에 나오지 않았다. 금융위 자료는 발행어음 업무를 ‘영위할 예정’이라고만 적었다.
확인할 기준은 두 가지다. 첫째, 첫 발행어음의 1년 만기 금리가 기존 발행 증권사와 은행 1년 정기예금보다 얼마나 높게 나오는지다. 둘째, 조달 자금이 금융위가 기대한 모험자본과 기업 자금 공급으로 실제 얼마나 흘러가는지다. 두 번째는 분기 공시가 나와야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