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 인사이트=신형탁 기자 |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63억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의 해킹 피해를 입은 뒤 지난 1일부터 출금을 단계적으로 다시 열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와 엘립틱은 이번 사건을 가상자산 역사상 가장 큰 탈취로 집계했다. 2025년 2월 바이비트 해킹(약 15억달러)의 네 배가 넘는다.

범행 주체로는 북한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가 지목됐다. 엘립틱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한국 시간 1일 오전 이 조직을 배후로 지목했다고 전했다. 바이낸스는 아직 배후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20분 만에 빠져나간 10개 체인

TRM랩스 분석을 한국 시간으로 옮기면, 공격은 10월 30일 오전 5시 5분 시작됐다. 바이낸스 XRP 지갑 5곳에서 2억3346만XRP가 공격자 주소 한 곳으로 넘어갔다.

오전 5시 20분에는 비트코인 핫월렛에서 1만8270BTC가 빠져나갔다. 핫월렛은 출금 처리를 위해 인터넷에 연결해 둔 지갑을 말한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 핫월렛도 통째로 비워졌다.

이더리움, 비트코인, 트론, XRP, 솔라나 등 10개 블록체인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 대부분이 20분 남짓한 사이에 이뤄졌다.

구분내용
이더리움 체인약 37억9000만달러(USDT 18억7500만개, USDC 8억2300만개 등)
비트코인1만8270BTC(약 14억7000만달러)
트론 체인약 6억2800만달러
XRP2억3346만XRP(약 2억9600만달러)
솔라나97만500SOL(약 9600만달러)

*출처=TRM랩스(탈취 시점 가격 기준)

수법은 정교했다. TRM랩스에 따르면 공격자는 이더리움의 ‘EIP-7702’ 기능을 써서 바이낸스 지갑이 공격자의 계약을 대신 실행하게 만들었다. 미리 서명 50개를 준비해 그중 하나가 맞아떨어지게 했다.

바이낸스는 처음에 “개발·운영 담당 엔지니어의 노트북이 뚫렸을 가능성”을 밝혔다. 이후 “추가 침투 지점을 확인했다”며 전면 보안 점검에 들어갔다.

동결 28억5000만달러, 비트코인은 0

엘립틱이 확인한 동결·회수액은 28억5000만달러다. 전체 피해의 44%에 해당한다. 바이낸스 자체 추산은 약 30억달러다.

동결분의 94%는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에 가치를 묶은 코인으로, 발행사가 특정 주소의 토큰을 얼릴 수 있다. 테더는 USDT가 공격자 지갑에 도착한 지 37분 만에 9억7110만개를 동결했다. 서클도 USDC 8억2300만개를 묶었다.

비트코인은 사정이 다르다. 발행사가 없어 누구도 동결할 수 없다. 엘립틱은 비트코인, XRP, 솔라나 체인에서는 동결된 금액이 없다고 밝혔다. 공격자는 비트코인을 19개 주소로 쪼개 보관하고 있다.

아직 회수되지 않은 자산은 약 32억5000만달러로 추산된다. 이더 약 58만4000개와 비트코인 1만8327개가 포함된다.

이용자 손실은 거래소가 부담

바이낸스는 이용자에게 손실을 넘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용자 보호기금(SAFU), 선물 보험기금, 회사 자금으로 빈자리를 채운다는 계획이다.

바이낸스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SAFU에서 7499BTC(약 5억8100만달러), 선물 보험기금에서 약 4억2500만달러를 꺼냈다. 출금 재개 시점까지 탈취 자산의 약 95%를 다시 채웠고, 나머지는 장외거래(OTC)로 사들이는 중이다.

출금은 1일 오후 비트코인부터 열렸다. 이더리움, 솔라나, 트론 등 네트워크가 순서대로 뒤를 이었다. 바이낸스는 2일까지 전체 준비금 증명 보고서를 내겠다고 했다.

비트코인 한 시간 새 3.2% 하락

시장도 출렁였다. 바이낸스 현물 기준 비트코인은 공격이 시작된 시간대(10월 30일 오전 5시대)에 8만848달러에서 7만8297달러까지 밀렸다. 한 시간 낙폭이 3.2%였다.

그 한 시간의 거래대금은 3억2800만달러로, 직전 한 시간(8800만달러)의 3.7배였다. 비트코인은 10월 31일 오전 3시대 7만6326달러까지 내린 뒤 2일 오전 10시 7만8398달러로 2.7% 회복했다.

이번 사건으로 엘립틱이 집계한 북한 연관 조직의 가상자산 탈취액은 최근 몇 년 누적 65억달러를 넘던 데서 두 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확인되지 않은 것도 남아 있다. 침투 경로 전체와 공격자가 쥔 비트코인의 행방이다. 다음 확인 지점은 바이낸스의 준비금 증명 보고서와, 19개 주소에 나뉜 비트코인이 거래소나 믹서로 옮겨지는지 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