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 인사이트=신형탁 기자 |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6% 넘게 뛰었다. 10일(현지시간) 브렌트유 11월물은 배럴당 107.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6.3% 오른 값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은 6.7% 오른 102.48달러로 마감했다. 두 유종 모두 지난 5월 이후 약 넉 달 만의 최고치다.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109달러를 넘겼다. 11일 아시아 거래 시간에는 110.19달러까지 올랐다가 107달러 안팎으로 내려왔다.

한 달 새 38% 오른 유가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브렌트유는 지난달 5일 78.13달러에서 한 달여 만에 37.8% 올랐다. 같은 기간 WTI도 74.24달러에서 38.0% 뛰었다.

최근 일주일만 떼어 봐도 흐름은 같다. 브렌트유는 지난 4일 96.28달러에서 11.8%, WTI는 91.48달러에서 12.0% 올랐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긴 것은 공급 차질 우려가 다시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주 들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국과 이란이 공습을 주고받았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 시설을 겨냥해 공격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 산유국의 원유가 바다로 나가는 길목이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이곳을 지난다. 이곳이 막힐 수 있다는 신호만으로도 유가는 크게 흔들린다.

공급 여력도 넉넉하지 않다. 에너지 전문매체 리그존에 따르면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은 199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전략비축유(SPR)도 198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NBC가 전했다.

구분내용
브렌트유(11월물)107.63달러 (+6.3%)
WTI(10월물)102.48달러 (+6.7%)
미 국채 10년물4.94% (전일 4.84%)
미 국채 30년물5.36% (2007년 이후 최고)
국내 보통휘발유리터당 1860.33원
국내 자동차용 경유리터당 1844.94원

*출처=ICE·NYMEX 종가(10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10일 전국 평균)

국채 30년물 5.36%까지

유가 급등은 채권시장으로 곧바로 번졌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0일 4.94%로 올라 최근 30거래일 중 가장 높았다. 장중에는 4.95%를 찍었다. 2023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30년물 금리는 5.36%까지 올라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채권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유가와 금리가 함께 움직이는 이유는 물가다. 기름값이 오르면 운송비와 원자재 가격이 따라 오르고,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 전체를 끌어올린다. 물가가 오를 것으로 보이면 투자자는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한다.

이미 신호는 나왔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10일 발표한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보다 0.4%, 전년 동월보다 5.4% 올랐다. 에너지 항목은 한 달 새 4.2% 뛰었다. 생산자물가는 기업이 물건을 만들 때 드는 비용이라 몇 달 뒤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주식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10일 뉴욕증시에서 S&P500 지수는 0.58%, 나스닥 지수는 0.65% 내렸다.

국내 기름값 1860원

국내 주유소 가격에는 아직 급등분이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0일 전국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860.33원, 경유는 1844.94원이었다.

국내 기름값은 국제 제품 가격을 보통 2~3주 늦게 따라간다. 정유사가 들여오는 원유와 제품의 도입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주 급등분은 이달 하순 주유소 가격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환율도 부담을 더한다. 원·달러 환율은 11일 1345원대로 올라 전날 1339원보다 높아졌다. 원유를 달러로 사오는 만큼 환율이 오르면 같은 유가라도 원화로 치르는 값이 커진다.

다음 기준선은 110달러

시장의 관심은 이번 충돌이 얼마나 길어지느냐에 쏠려 있다.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호르무즈 해협이 2027년 말까지 정상화되지 않을 가능성을 반영해, 내년 유가가 80~100달러 범위에 머물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반대 시각도 있다. 네덜란드 ING는 추가로 크게 오르려면 호르무즈 해협 원유 흐름에 실제 차질이 새로 생겨야 한다고 봤다. 지금까지는 물동량이 끊겼다는 확인보다 우려가 가격을 끌어올린 측면이 크다는 뜻이다.

확인된 것은 공급 여력이 줄었고 금리가 이를 따라 올랐다는 점이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해협 물동량이 실제로 줄어드느냐다.

당장 볼 숫자는 세 가지다. 브렌트유가 11일 장중 고점인 110달러를 넘어서는지, 미국 10년물 금리가 5%에 닿는지, 그리고 11일 밤 9시 30분(한국시간) 나올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에너지 항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