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주가가 이틀 만에 14% 넘게 빠졌다. 회사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지 일주일 남짓 지난 시점이다.
SK하이닉스는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7만3,000원(10.37%) 내린 149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7일에도 약세가 이어져 오후 1시 44분 기준 142만6,000원으로 4.62% 더 내렸다. 5일 종가 166만8,000원과 비교하면 이틀 만에 14.5%가 사라졌다.
지수도 함께 흔들렸다. 코스피는 6일 301.88포인트(4.58%) 급락한 6,296.38로 마감했고, 7일에는 6,253.14로 0.69% 더 밀렸다. 이틀 누적 하락률은 5.2%다. 삼성전자는 6일 6.30% 내린 23만500원까지 밀렸다가 7일 1.30% 오른 23만3,500원으로 반등했다. 두 종목의 방향이 갈렸다는 점은 이번 하락이 반도체 전체가 아니라 특정 영역을 겨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적은 사상 최대였다
주가 흐름만 보면 실적이 나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SK하이닉스가 7월 29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경영실적은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76%다. 매출 100원을 올리면 76원이 이익으로 남았다는 뜻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57%, 영업이익은 557% 늘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51%, 영업이익은 61%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100조원을 처음 넘어섰다. 회사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모두 큰 폭으로 올랐고, HBM과 AI 서버용 D램 같은 고부가 제품 판매를 늘려 수익성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현금성 자산은 88조원으로 33조6,000억원 늘었고, 순현금은 69조4,000억원까지 확대됐다.
회사는 주요 고객사 10여곳과 장기 공급 계약을 마쳤고, HBM4 양산을 시작해 하반기에 물량을 늘린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지금 벌어들이는 돈과 앞으로 팔 물량 모두 지표상으로는 나쁘지 않다.
시장이 본 것은 실적이 아니라 다음 분기 숫자였다
방아쇠는 미국에서 당겨졌다. 낸드플래시 업체 샌디스크가 5일(현지시간) 발표한 2026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은 89억6,5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372% 늘었다. 직전 분기보다도 51% 증가했고, 시장 예상치인 84억8,000만달러도 웃돌았다. AI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SSD 수요가 몰리면서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14배 가까이 뛰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샌디스크가 제시한 다음 분기 매출 전망치는 103억~108억달러였다. 시장 기대치 111억6,000만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상단인 108억달러를 채워도 3억6,000만달러, 약 3% 부족하다.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6% 넘게 밀렸다.
여기서 짚어야 할 개념이 가이던스다. 가이던스는 회사가 직접 내놓는 다음 분기 실적 전망치를 말한다. 이미 지나간 분기 실적은 확정된 과거지만, 가이던스는 회사가 자기 사업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신호다. 주가는 확정된 과거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반응한다.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가이던스가 기대에 못 미치면 팔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왜 국내 반도체주가 같이 맞았나
샌디스크는 낸드플래시를 만드는 회사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같은 제품을 만든다. AI 서버용 저장장치 수요가 지금까지의 속도로 계속 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국내 업체들도 함께 재평가 대상이 된다.
가격이 오르는 국면에서 형성된 기대가 클수록 조정 폭도 커진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률 76%는 정상적인 제조업에서 나오기 어려운 숫자다.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는 특수한 국면에서 만들어진 수치라는 뜻이고, 시장은 이 국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를 계속 가늠하고 있다. 이번 급락은 그 가늠자가 한 칸 움직인 결과에 가깝다.
7일 수급을 보면 외국인이 1,603억원, 개인이 1,909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이 3,668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떠받쳤다. 코스닥은 2.39% 내린 782.53으로 800선을 내줬다.
지금 확인할 것
확인된 사실은 두 가지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은 사상 최대였고, 미국 낸드 업체가 내놓은 다음 분기 전망은 시장 기대에 3% 못 미쳤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이 격차가 일시적 기대 조정인지, AI 관련 수요 자체가 꺾이는 초입인지다. 지금 나온 자료만으로는 둘 중 어느 쪽인지 단정할 수 없다.
판단 기준으로 삼을 만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앞으로 나올 다른 메모리 업체의 가이던스가 샌디스크와 같은 방향인지 다른 방향인지다. 한 곳의 전망은 회사 사정일 수 있지만 여러 곳이 같은 신호를 내면 업황이다. 둘째, D램과 낸드 현물가격이 실제로 꺾이는지다. 가격은 기대가 아니라 거래의 결과다. 셋째, SK하이닉스가 밝힌 HBM4 하반기 증산 계획과 M15X 일정이 그대로 유지되는지다. 회사가 설비투자 계획을 조정하기 시작하면 그때는 기대가 아니라 실물이 움직였다는 뜻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