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 인사이트=신형탁 기자 |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에서 법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투기가 아닌 일반적인 경우에는 농지를 처분하게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농지법보다 우선 적용되는 특별조치법을 만든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농지 조사 후속조치와 제도 개혁 방향’ 브리핑에서 이 같은 방침을 내놨다. 특별조치법은 국회와 협의해 이달 중 발의하고, 가능하면 12월까지 국회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부는 “농사짓는 농업인들에게는 아무 피해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밝혔다. 전날 국정감사에서 조사 이후 농지 처리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현장 불안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조사 대상 136만ha
이번 전수조사는 1996년 1월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한 농지를 대상으로 한다. 전체 농지 195만ha 가운데 136만ha다. 나머지 59만ha는 내년에 조사한다.
농식품부가 7월 30일 공개한 중간 결과를 보면 기본조사는 132만ha, 1013만 필지에서 마무리됐다. 조사 대상 면적의 97%다.
기본조사에서 약 30만ha가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됐다. 유형별로는 불법 임대차 의심이 21.1%로 가장 많았고, 무단 휴경 의심 11.6%, 불법 전용 의심 9%였다.
8월부터는 현장 확인을 중심으로 한 심층조사가 진행 중이다. 심층조사 대상은 중복을 뺀 78만ha다.
| 구분 | 내용 |
| 전체 농지 | 195만ha |
| 2026년 조사 대상 | 136만ha (1996년 이후 취득 농지) |
| 기본조사 완료 | 132만ha, 1013만 필지 |
| 위반 의심 농지 | 약 30만ha |
| 심층조사 대상 | 78만ha |
| 2027년 조사 예정 | 59만ha |
*출처=농림축산식품부 브리핑(7월 30일, 10월 8일)
처분 제외 유형 5가지
정부가 처분하지 않겠다고 밝힌 사례는 다섯 갈래다. 첫째는 상속농지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농지를 직접 경작하지 않아도 이번 조사 결과로 처분 대상이 되지 않는다.
둘째는 고령농과 농촌의 관행적인 임대차다. 나이가 많아 이웃이나 친척이 대신 농사를 짓는 경우, 현행 농지법의 임대 허용 요건을 채우지 못했더라도 처분하지 않는다.
셋째는 종중·사찰 농지나 미등기 상속농지처럼 소유관계가 복잡한 땅이다. 넷째는 길이 없는 맹지나 급경사지처럼 농사를 짓기 어려워 비워 둔 농지다.
다섯째는 인허가 없이 지은 농업용 창고, 농업인 주택, 간이 농산물 처리시설이다. 조사에서 확인됐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철거나 원상회복을 요구하지 않는다.
농지은행에 농지를 맡겨야만 처분이 중단되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위탁 여부와 관계없이 일반적인 사안은 처분 절차를 밟지 않겠다고 했다.
투기 유형 3가지는 현행법대로
명백한 투기는 예외다. 정부가 꼽은 투기 유형은 세 가지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농사를 짓겠다며 농지를 산 뒤 방치하거나 임대한 경우, 경매 등으로 지분을 사면서 허위 영농계획을 내고 시세차익을 노린 경우, 농업법인을 내세워 농지를 산 뒤 쪼개 팔거나 임대해 부동산 수익을 올린 경우다.
이런 사례는 바로 처분하지 않고 소명 절차를 거친다. 거짓 영농계획으로 농지를 사고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 현행 농지법에 따라 처분명령 등을 내린다.
정부는 이런 사례가 개발 수요가 높은 지역에 몰려 있어 대부분의 농촌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봤다. 7월 중간 결과에서도 위반 의심 비율은 세종, 제주, 강원 순으로 높았다.
양성화 특례와 농지은행 확대
정부는 처분하지 않는 데서 그치지 않고 법과 맞지 않는 상태를 바로잡을 길도 열겠다고 했다. 특별조치법 유효기간에 본인이 원하면 적법한 상태로 바꿀 수 있는 한시 특례를 둔다.
예를 들어 관행적 임대차라도 특례기간에 소유자와 실제 경작자가 서면 계약을 맺으면 계약기간 동안 적법한 임대차로 인정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한다. 허가 없이 지은 시설은 사후 허가를 신청할 수 있게 한다.
농지를 팔고 싶어도 예산 부족으로 농지은행이 사주지 못한다는 지적에는 2027년 매입 예산을 늘리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하기로 했다. 농업진흥지역 밖이라도 실제 농사에 쓸 수 있는 농지는 매입 대상에 넣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장 안내를 위해 이달 12일이 있는 주부터 농지 조사 상담센터를 운영한다. 한국농어촌공사와 농업인 단체가 함께 참여한다.
아직 확정된 것은 방향뿐이다. 특별조치법의 구체적인 요건과 특례기간은 국회 논의를 거쳐 정해진다. 농지를 가진 분이라면 이달 발의될 법안에 상속농지와 임대차 인정 기준이 어떻게 담기는지 확인하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