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상장사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보유 비트코인을 다시 팔았다. 회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8-K 공시에 따르면, 스트래티지는 7월 27일부터 8월 2일까지 비트코인 1,638개를 1억473만달러에 매각했다. 평균 매각 단가는 6만3,957달러다.
주목할 대목은 단가다. 같은 공시에 적힌 이 회사의 평균 취득 단가는 7만5,419달러다. 매각 단가가 취득 단가보다 15.2% 낮다. 손실을 확정하고 판 것이다.
무엇을 위해 팔았나
공시는 매각 대금의 사용처까지 명시했다. 5,240만달러는 우선주 배당금 지급에, 5,230만달러는 STRC 우선주 재매입에 쓰였다. 매각 대금 전액이 주주 환원과 배당 의무 이행에 투입된 셈이다.
이 구조를 이해하려면 회사가 어떻게 비트코인을 사 모았는지 알아야 한다. 스트래티지는 주식과 우선주,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그 돈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해왔다. 그중 우선주에는 정기적으로 배당을 지급해야 하는 의무가 따라붙는다.
배당 부담은 가볍지 않다. 회사는 7월 31일 STRC 우선주의 연 배당률을 12.00%로 유지한다고 공시했다. 8월 31일과 9월 15일 지급분의 주당 배당금은 각각 0.50달러다. 회사는 STRC 주가가 액면가 100달러 근처에서 안정적으로 거래되기 전까지는 이사회에 배당률 변경을 권고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연 12% 배당은 현금이 계속 나가야 유지된다. 비트코인은 보유하고 있는 동안 배당이나 이자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자산은 가만히 있는데 부채성 비용은 매달 발생하는 구조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취득 단가를 밑돌면 배당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좁아진다.
84만개, 평가손 92억달러
8월 2일 기준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84만2,138개다. 총 취득 원가는 635억1,000만달러다. 보유량만 놓고 보면 비트코인 총 발행 한도 2,100만개의 4.01%에 해당한다.
6일 비트코인 시세 6만4,467달러를 적용하면 보유분의 평가액은 약 542억9,000만달러다. 취득 원가와 비교하면 약 92억2,000만달러, 비율로는 14.5% 손실 상태다. 이번에 판 1,638개에서 확정된 손실만 약 1,880만달러로 계산된다.
회사는 유동성도 함께 공시했다. 8월 2일 기준 우선주 배당과 이자 지급에 대비해 쌓아둔 달러 준비금은 40억달러다. 같은 기간 STRC 우선주 91만2,143주를 8,120만달러에 재매입했다.
축적에서 방어로
스트래티지는 2020년 이후 비트코인을 사 모으는 전략으로 알려진 회사다. 주가가 비트코인 가격보다 더 크게 오르내리는 구조 덕분에, 비트코인에 간접 투자하려는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지금 공시에 찍힌 숫자들은 방향이 반대다. 사는 대신 팔았고, 매각 대금은 새로운 비트코인이 아니라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나갔다. 조달한 돈으로 자산을 늘리던 국면에서, 보유 자산을 헐어 비용을 감당하는 국면으로 넘어간 모습이다.
주가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스트래티지 주가는 6일 98달러 수준으로 6개월 전보다 50.8% 낮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하락률보다 큰 낙폭이다. 조달과 매입이 맞물려 돌아갈 때 주가를 밀어 올렸던 구조가, 반대로 돌 때는 하락을 키우는 쪽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금 확인할 것
확인된 사실은 공시에 적힌 그대로다. 취득 단가보다 15.2% 낮은 가격에 1,638개를 팔았고, 그 대금은 배당과 우선주 재매입에 쓰였으며, 8월 2일 기준 보유량은 84만2,138개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이 매각이 일회성 자금 조달인지, 아니면 계속될 흐름의 시작인지다. 공시는 향후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다음에 볼 것은 주간 8-K 공시다. 이 회사는 매주 비트코인 보유 현황을 공시해왔다. 보유량 84만2,138개가 다음 공시에서 더 줄어드는지, 아니면 매입이 재개되는지가 판단 근거가 된다. 함께 볼 숫자는 달러 준비금 40억달러의 증감과 STRC 배당률 12.00%의 유지 여부다. 준비금이 줄고 배당률이 유지된다면 추가 매각 압력이 남아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회사의 매도 물량이 시장 전체 거래대금 84억달러에 견줘 크지 않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한 회사의 사정과 시세의 방향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