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 인사이트=신형탁 기자] 코인 시장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반감기다. 4년마다 채굴 보상이 반으로 줄고, 공급이 조여지니 가격이 오른다는 이야기다. 깔끔하고 직관적이다. 그런데 이 설명은 정작 사이클마다 상승 폭이 왜 그렇게 달랐는지는 답하지 못한다. 진짜 방아쇠는 공급이 아니라 돈이 얼마나 풀렸는가, 즉 달러 유동성이다.

숫자로 보면 명확하다. 2017년 알트코인 대불장 때 알트 시장은 1,200배 넘게 올랐다. 이 시기 달러인덱스는 79에서 89 사이, 역사적 저점권의 약달러 구간이었다. 반면 2021년 상승장에서 알트는 44배에 그쳤다. 이때 달러인덱스는 90에서 102 사이, 상대적 강달러였다. 그래서 돈이 알트까지 넘치지 못하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서 멈췄다.

여기에 역설이 있다. 알트 시장은 비트코인보다 시가총액이 훨씬 작다. 상식적으로는 작은 시장일수록 같은 돈이 들어와도 더 크게 튀어야 한다. 그런데 2021년에는 알트가 비트보다 고작 1.6배 더 올랐을 뿐이다. 유동성이 부족하면 작은 시장에도 돈이 들어가지 못한다는 증거다. 물이 충분해야 큰 물통을 채우고 넘쳐서 작은 물통까지 흘러간다. 수도꼭지가 반쯤 잠겨 있으면 비트코인 물통조차 다 못 채운다.

이 관점은 코인판 바깥에서도 지지받는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번 사이클의 핵심 변수가 반감기가 아니라 유동성 회복 속도와 제도권 자금 유입이라고 못 박았다. 반감기 사이클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저점이 2026년 11월쯤이지만, 이번엔 FTX나 테라루나 같은 대형 붕괴 리스크가 없고 제도화가 진전되고 있어 조정 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비트코인과 나스닥의 1년 이격률이 역사적 하단을 밑돌 만큼 증시 대비 극도로 소외돼 있어서, 유동성이 돌아오면 비트코인이 가장 먼저 반응할 가능성을 짚었다.

그렇다면 지금 수도꼭지는 어느 위치에 있나. 연준의 통화정책은 크게 세 단계로 움직인다. 금리를 올리며 돈을 빨아들이는 긴축, 금리를 동결하며 긴축을 멈추는 중간, 그리고 금리를 내리며 돈을 푸는 완화다. 연준은 2025년 10월 양적긴축 종료를 공식화했다. 두 번째 단계를 지난 것이다. 순서상 다음은 완화다. 시점은 미정이지만 방향은 정해져 있다.

과거와 겹쳐 보면 더 흥미롭다. 직전에 비슷한 국면이 2019년에서 2020년 사이에 있었다. 그때도 긴축 종료 무렵 달러인덱스가 98 근처였고, 이후 102까지 튀었다가 완화 발표와 함께 급락했다. 지금은 긴축 종료 시점 달러인덱스가 97, 이후 101까지 올라온 상태다. 패턴이 거의 판박이다. 언제 기습적인 완화 신호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구간이라는 뜻이다.

다만 여기서 냉정해야 한다. 2019년에서 2020년의 완화는 긴 달러 강세 흐름 속 일시적 이벤트였다. 달러인덱스가 102에서 90으로 12포인트쯤 내렸을 뿐이고, 그래서 알트는 1,200배가 아니라 44배에서 멈췄다. 반면 2014년에서 2017년은 달러인덱스가 79에서 89, 구조적 약달러 구간 자체였다. 같은 완화라도 그것이 장기 추세의 전환이냐 일시적 숨 고르기냐에 따라 결과의 자릿수가 달라진다.

그래서 진짜 관전 포인트는 반감기 날짜가 아니라 달러다. 2008년 이후 18년 가까이 이어진 달러 강세 기조가 이번 완화로 꺾이는가, 아니면 또 한 번의 일시적 되돌림에 그치는가. 전자라면 2017년급 상승이 재현될 여지가 있고, 후자라면 2021년 수준에서 정리된다. 어느 쪽이든 판단의 기준은 채굴 보상 그래프가 아니라 달러인덱스와 연준의 입이다.

투자에서 사람들은 눈에 잘 띄고 이야기하기 쉬운 변수에 끌린다. 반감기는 날짜가 찍혀 있어 설명하기 편하다. 그러나 시장을 실제로 움직이는 건 대개 덜 보이는 쪽, 돈의 총량과 흐름이다. 남들이 반감기 달력을 볼 때 유동성 지표를 보는 사람이, 사이클의 크기를 미리 가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