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가 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한 연설에서 포워드 가이던스가 연준의 손발을 묶었다고 비판했다. 케빈 워시 의장이 추진하는 통화정책 소통 방식 개편에 연준 내부에서 공개 지지가 나온 첫 사례다.
월러 이사는 2020년과 2021년 연준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이후 물가가 급등하는 국면에서 정책 전환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이 불필요하게 늦어졌다는 것이다.
포워드 가이던스가 무엇인가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앞으로 금리를 어떻게 운용할지 미리 알려주는 방식을 말한다. 우리말로는 선제 안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물가가 목표치를 넘길 때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밝히는 식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분명하다. 중앙은행이 방향을 미리 알려주면 기업과 가계는 그에 맞춰 투자와 소비를 계획할 수 있고, 시장 금리도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실제로 2010년대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은 이 방식에 크게 의존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바뀌었을 때다. 약속을 지키면 대응이 늦어지고, 약속을 깨면 신뢰를 잃는다. 월러 이사가 지적한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코로나 국면에서 내놓은 약속이 물가가 오르기 시작한 뒤에도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지침을 없앤 자리에 무엇이 왔나
지난 5월 취임한 워시 의장은 오래전부터 포워드 가이던스가 연준의 정책 실수를 키웠다고 비판해왔다. 취임 후에는 통화정책 결정 과정과 시장 및 대국민 소통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다. 점도표와 성명서 형식까지 손질 대상에 올라 있다.
실제 운영에서도 달라졌다. 7월 29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9대 3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현재 기준금리 목표 범위는 3.50~3.75%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에서 워시 의장은 앞으로의 금리 경로에 대해 구체적인 안내를 내놓지 않았다.
채권시장은 이 침묵을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였다. 회의 직후 국채 매도가 몰리면서 30년물 금리는 5.2% 부근까지 올랐다. 7일 기준 10년물 금리는 4.67%로 하루 만에 1.15% 올랐고, 일주일 전보다도 1.04% 높다. 지난달 27일에는 4.71%까지 올라 2025년 1월 이후 1년 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금리가 오르면 어디가 아픈가
10년물 국채 금리는 미국 장기 금리의 기준선 역할을 한다. 이 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대출 금리가 함께 오른다. 실제로 미국 30년 만기 고정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6.58%까지 올랐다. 올해 2월 26일 5.98%였던 것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0.6%포인트 상승했다. 3억원을 30년 만기로 빌린다고 가정하면 월 상환액이 대략 12만원 늘어나는 폭이다.
위험자산에도 영향이 간다. 국채는 원금 손실 위험이 사실상 없는 자산이다. 그 국채가 연 4.67%를 준다면 투자자는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줄어든다. 배당도 이자도 없는 자산일수록 이 비교에서 불리해진다. 올해 비트코인이 26.6% 내린 배경 가운데 하나로 장기 금리 상승이 꼽히는 이유다.
다만 시장 전체가 겁을 먹은 상태는 아니다. 변동성지수(VIX)는 7일 15.15로 일주일 전보다 26.7% 낮아졌다. VIX는 주가가 앞으로 얼마나 흔들릴지에 대한 시장의 예상을 지수로 나타낸 것으로, 통상 20을 넘으면 불안, 15 안팎이면 안정으로 읽는다. 금리는 오르는데 주식 변동성은 진정된 상태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9월 회의를 앞두고 갈리는 전망
다음 FOMC는 9월 16일에 열린다. 시장 전망은 한쪽으로 모이지 않고 있다. 월가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두 차례, 고용이 더 둔화되면 세 차례 인하를 예상한다. 반면 연준 내부에서는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7월 회의에서 동결에 찬성했던 리사 쿡 이사는 5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한 연설에서 물가 쪽 위험이 고용 쪽 위험보다 크다며 필요하면 금리를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인하와 인상 전망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지금 연준의 소통 방식이 만들어낸 결과다. 연준이 방향을 미리 말하지 않기로 했으니 시장은 지표를 보고 각자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해석의 폭이 넓어졌다.
지금 확인할 것
확인된 사실은 연준이 선제 안내를 줄이는 방향으로 소통 방식을 바꾸고 있고, 내부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는 점이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이 변화가 장기 금리를 계속 밀어 올릴지 여부다. 지금의 금리 상승이 소통 방식 변화 때문인지, 견조한 고용과 소비 지표 때문인지도 아직 분리해서 말하기 어렵다.
기준으로 삼을 숫자는 세 가지다. 첫째, 10년물 금리가 지난달 고점인 4.71%를 넘어서는지다. 이 선을 넘으면 시장이 불확실성을 더 크게 값으로 매기고 있다는 신호다. 둘째, 30년물이 5.2% 위로 다시 올라가는지다. 만기가 길수록 정책 신뢰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셋째, 9월 16일 회의에서 성명서와 점도표 형식이 실제로 바뀌는지다. 태스크포스의 검토 결과가 문서로 나타나는 첫 자리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