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 인사이트=신형탁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 해임을 둘러싼 공방이 다시 불붙었다. 리사 쿡 연준 이사에게 주어진 소명 시한이 26일(현지시간)로 끝났다.

쿡 이사 측 변호인은 같은 날 의혹이 근거 없다는 입장을 냈다. 연준의 독립성을 흔들기 위한 구실이라는 주장이다.

중앙은행 이사를 대통령이 임기 중에 물러나게 할 수 있느냐를 묻는 사안이다. 미국에서 전례가 없다.

대법원이 6월에 남긴 조건

이 문제는 이미 한 차례 법정을 거쳤다. 미 연방대법원은 6월 29일 앞선 해임 시도를 일단 막았다.

당시 대법원은 연준이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해임에 앞서 당사자에게 통지와 소명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절차를 갖추라는 조건을 붙인 셈이다. 이번 소명 절차는 그 조건을 따라 진행됐다.

21일 주어진 소명 기회

백악관은 8월 5일자 서한으로 해임을 검토 중이라고 통지했다. 댄 스카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 명의였다. 쿡 이사는 이 서한을 8월 8일 받았다.

서한에 담긴 근거는 2021년 주택담보대출 관련 의혹이다. 두 채의 주택을 모두 주거주지로 신고해 더 나은 대출 조건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쿡 이사에게는 21일의 소명 기간이 주어졌다. 증거와 자료, 반박 논거를 대통령 인사국장에게 제출하는 방식이다. 시한이 8월 26일이었다.

쿡 이사는 이 의혹으로 기소된 적이 없다. 변호인단인 애비 로웰과 놈 아이젠 변호사는 의혹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며 해임의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소명 절차는 법정 다툼과 성격이 다르다. 판단하는 쪽이 법원이 아니라 백악관이기 때문이다. 자료를 냈다고 해서 결론이 뒤집힌다는 보장이 없다.

시한이 지난 지금 공은 백악관으로 넘어갔다. 해임을 실행할지, 절차를 더 끌지, 아니면 접을지가 다음 단계다.

구분내용
6월 29일연방대법원, 앞선 해임 시도 제동
8월 5일백악관, 해임 검토 통지 서한 발송
8월 8일쿡 이사, 서한 수령
8월 26일소명 자료 제출 시한 종료
9월 16일다음 FOMC 회의

*출처=연방대법원 결정 및 백악관 통지 서한

정당한 사유라는 요건

연방준비법은 연준 이사의 해임 사유를 정당한 사유로 한정한다. 정책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는 물러나게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연준 이사의 임기를 길게 두고 해임을 어렵게 만든 이유가 있다. 중앙은행이 정치 일정에 휘둘리면 금리가 표를 따라 움직이게 되기 때문이다.

물가를 잡으려면 인기 없는 결정을 해야 하는 국면이 온다. 그 결정을 내린 사람이 자리를 잃는다면 다음 결정은 달라진다.

이번 사안의 쟁점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형사 기소도 없는 단계의 의혹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다.

정당한 사유의 범위를 법에 구체적으로 적어두지 않은 점이 다툼의 여지를 남긴다. 이 표현이 무엇을 뜻하는지 법원이 정면으로 판단한 사례가 많지 않다.

6월 대법원 결정도 해임 자체가 위법하다고 못 박은 것은 아니었다.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아 일단 멈춰 세운 결정이었다. 백악관이 이번에 21일의 소명 기간을 준 것도 그 지적을 의식한 조치로 읽힌다.

시장이 보는 것

금융시장이 이 사안을 주시하는 이유는 인물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 연준 이사회는 7명으로 구성되고, 이들이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5명과 함께 금리를 결정한다.

이사 한 명이 대통령의 뜻대로 교체될 수 있다면, 금리 결정의 무게중심도 함께 움직인다. 시장은 이를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공교롭게도 연준 내부에서는 이미 금리를 놓고 이견이 커진 상태다. 25일 공개된 할인율 회의 의사록에서는 12개 지역 연준 가운데 4곳이 인상을 요구했다.

같은 기간 안전자산 선호도 강해졌다. 27일 국제 금 선물은 온스당 4667.10달러에 거래됐다. 8월 20일 4516.30달러와 비교하면 3.34% 오른 값이다.

금이 오르는 국면은 대개 두 가지 중 하나다. 금리가 내려갈 것 같거나, 통화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다. 지금은 금리 인상 논의가 살아 있는데도 금이 오르고 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물음표가 붙는 국면은 두 번째 경로에 가깝다. 다만 금값에는 다른 요인도 섞여 있어 이번 공방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확인된 것은 절차가 한 단계 더 진행됐다는 사실뿐이다. 해임이 실제로 이뤄질지, 다시 법정으로 갈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음에 볼 기준값은 9월 16일 FOMC다. 그 자리에 누가 앉아 어떤 표를 던지는지가 이번 공방의 실질적인 결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