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리사 쿡 이사가 필요하면 금리를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쿡 이사는 5일 알래스카 앵커리지 경제개발공사 주최 행사에서 한 연설에서 "물가가 너무 높고, 현시점에서 이중 책무 가운데 물가 쪽 위험이 고용 쪽 위험보다 크다고 본다"며 "그래서 나는 필요하다면 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연준 이사가 인상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시장이 예상해온 방향과 반대다. 연준은 지난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고, 쿡 이사는 당시 동결에 찬성한 9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동결에 표를 던진 인사가 열흘 남짓 만에 인상 카드를 꺼낸 셈이다.
연설에서 제시된 숫자들
쿡 이사가 근거로 든 물가 지표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다. 6월까지 12개월 동안 3.7% 올랐다. 연준의 목표치 2%의 거의 두 배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물가도 같은 기간 3.3% 상승했다.
근원 물가를 따로 보는 이유가 있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은 날씨나 산유국 결정처럼 통화정책과 무관한 요인으로 크게 흔들린다. 그 둘을 걷어내고도 3.3%가 남았다면, 물가 상승이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 경제 전반에 퍼져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고용은 아직 버티고 있다. 6월 실업률은 4.2%였고, 4월부터 6월까지 월평균 10만명 넘는 일자리가 늘었다. 경제 성장률은 상반기 연율 1.8%였고, 소비지출은 2% 안팎으로 증가했다. 기업 설비투자는 상반기 연율 10% 늘었다. 쿡 이사는 하반기 성장세가 상반기보다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조합이 인상론의 근거가 된다. 물가가 목표를 크게 웃도는데 고용과 성장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금리를 낮춰 경기를 떠받칠 이유가 약해진다.
물가를 끌어내릴 요인, 그리고 밀어 올릴 요인
쿡 이사가 물가 하락 쪽 재료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올해 물가를 움직인 세 가지 축으로 관세, 유가, 인공지능(AI) 관련 지출을 꼽았다. 관세의 물가 인상 효과는 대체로 지나갔다고 봤고, 유가는 연말까지 내려가며 물가를 눌러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6월 물가가 둔화된 것은 에너지 가격이 급락한 영향이 컸다며, 한 달 지표를 지나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물가 상승 속도가 여전히 목표를 한참 웃도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AI 관련 지출은 물가를 밀어 올리는 쪽에 있다. 쿡 이사는 AI 투자가 경제 성장의 중요한 동력이면서 동시에 반도체와 첨단 장비 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성장에 기여하는 투자가 동시에 물가 압력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시장 금리는 어떻게 움직였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6일 4.62%를 기록했다. 하루 전보다 0.22% 내렸지만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0.28% 높다. 최근 6개월 흐름으로 보면 11.3% 오른 수준이다.
국채 금리는 시장이 앞으로의 정책금리를 어떻게 보는지 반영한다. 금리 인하 기대가 살아 있으면 내려가고,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 올라간다. 최근 몇 달 금리가 오름세를 보였다는 것은 시장이 이미 인하 기대를 상당 부분 거둬들였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같은 날 달러인덱스는 99.71로 일주일 전보다 1.08% 내렸고, 변동성지수(VIX)는 15.81로 일주일 사이 13.18% 하락했다. 인상 발언이 나왔음에도 위험자산 시장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은 모습이다.
지금 확인할 것
확인된 것은 연준 이사 한 명이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그 근거가 3.7%의 PCE 물가와 3.3%의 근원 물가라는 사실이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이 견해가 위원회 다수 의견인지 여부다. 지난 회의에서 인상을 주장한 반대표는 3명이었고, 쿡 이사는 그 3명에 속하지 않았다. 발언과 표결은 다른 문제다.
앞으로 볼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7월 PCE 물가가 3.7%에서 실제로 내려오는지다. 쿡 이사가 기대한 유가 하락이 물가에 반영된다면 인상론의 명분은 약해진다. 다른 하나는 다음 회의에서 인상을 주장하는 표가 3명보다 늘어나는지다. 반대표가 4명 이상으로 늘면 위원회 무게중심이 실제로 이동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시장 지표로는 10년물 금리가 4.62%를 넘어 계속 오르는지가 참고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