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 인사이트=신형탁 기자 |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8월 28일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현재 금융 여건을 긴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물가가 목표를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시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받아들였다.

연준이 공개한 연설문에 따르면 워시 의장은 "광범위한 금융 여건을 긴축적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 스프레드가 역사적 저점 부근이고, 대출 기준이 완화됐으며, 투자가 견조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물가 숫자 세 개

연설에서 제시된 물가 수치는 세 가지다. 이 숫자들이 발언의 근거이자 시장이 반응한 지점이다.

첫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12개월 변동률은 3.7%다. 연준의 목표치인 2%보다 1.7%포인트 높다.

둘째, 6개월 변동률은 4.1%다. 최근 흐름이 1년 평균보다 더 나쁘다는 뜻이다. 물가가 잡혀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최근에 더 올랐다는 신호로 읽힌다.

셋째, 지난 12개월 동안 PCE 바스켓에 포함된 상품과 서비스의 54%가 3%를 넘는 가격 상승을 보였다. 몇몇 품목이 평균을 끌어올린 것이 아니라 물가 상승이 넓게 퍼져 있다는 의미다.

PCE 12개월 변동률3.7%
PCE 6개월 변동률4.1%
3% 초과 상승 품목 비중54%
연준 물가 목표2%

*출처=연준 공개 연설문

워시 의장은 2% PCE 목표를 "확고하고 고정된 목표"라고 표현했다.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거나 유연하게 해석할 여지를 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선제 안내를 쓰지 않겠다

이번 연설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소통 방식에 대한 입장이다. 워시 의장은 선제 안내, 즉 포워드 가이던스에 부정적인 견해를 분명히 했다.

그는 "정상적인 시기에 선제 안내의 역할은 제한적이고 한정적이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명료함이라는 이름으로 모호함을 만들어낼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미리 알려주는 방식이다. 시장의 충격을 줄이는 장치로 쓰여 왔지만, 워시 의장은 이를 시장과 연준이 서로의 신호에 과도하게 기대는 "거울의 방 문제"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번 연설에서 금리 인상 시점은 제시되지 않았다. 워시 의장은 자신의 발언이 선제 안내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왜 이 발언이 시장을 움직였나

금리를 올리겠다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시장이 흔들린 이유를 이해하려면 긴축적이라는 말의 뜻을 알아야 한다.

금융 여건이 긴축적이라는 것은 돈을 빌리기 어렵고 비싸서 경기와 물가를 누르고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긴축적이지 않다면 지금 금리 수준이 물가를 잡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 된다.

중앙은행 총재가 그렇게 판단하면 남은 선택지는 금리를 더 올리거나, 최소한 내리지 않고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시장이 인상 가능성을 다시 가격에 반영한 배경이다.

영향은 곧바로 나타났다. 8월 28일 금 선물은 4,478.10달러로 전일 4,609.70달러보다 2.86% 떨어졌다.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이자가 붙지 않는 금의 매력이 줄어든다.

달러인덱스는 31일 99.61로 8월 27일 99.16보다 0.45% 올랐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67% 수준을 유지했다.

남은 변수

확인된 것은 연준 의장이 현재 금융 여건을 긴축적으로 보지 않으며, 물가 목표를 낮출 뜻이 없고, 선제 안내를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사실이다.

연준은 통상 9월과 12월에 정례 회의를 연다. 시장은 워시 의장의 이번 발언을 다음 회의 전까지 나올 물가와 고용 지표를 어떻게 읽을지의 기준선으로 삼게 됐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실제 인상 여부와 시점이다. 워시 의장 본인이 시점을 제시하지 않았고, 인상을 명시적으로 예고하지도 않았다. 금리는 의장 한 사람이 아니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표결로 정해진다.

다음에 볼 기준값은 물가 지표다. 6개월 변동률 4.1%가 12개월 변동률 3.7% 아래로 내려오는지가 핵심이다. 최근 흐름이 장기 평균보다 낮아져야 물가가 실제로 꺾였다고 말할 수 있다. 3%를 넘는 품목 비중 54%가 줄어드는지도 함께 볼 대목이다.

사진=NPS / 퍼블릭도메인. 잭슨홀 심포지엄이 열리는 잭슨레이크 로지 전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