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30원 아래를 넘나들고 있다. 4일 환율은 1,429.78원으로, 지난달 24일 1,474.04원과 비교하면 열흘 남짓 만에 44.26원(3.0%) 내렸다. 같은 기간 달러인덱스는 99.80으로 최근 7일 사이 1.56% 하락했다.
환율이 내렸다는 것은 원화 가치가 올랐다는 뜻이다. 다만 이번 하락은 국내 요인보다 달러 쪽 사정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파는데 환율은 내렸다
흐름만 놓고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구간이 있다. 3일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3조8,708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면 원화를 받아 달러로 바꿔 나가므로, 통상 환율은 오른다. 실제로 3일 환율은 1,435.70원으로 전 거래일 1,420.60원보다 15.10원 올랐다.
그런데 4일에는 다시 1,429.78원으로 5.92원 내렸다. 장중으로는 1,420.68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환율이 되밀린 것은, 원화를 밀어 올리는 힘보다 달러를 끌어내리는 힘이 더 컸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배경으로는 엔화를 둘러싼 움직임이 거론된다. 엔화 약세가 길어지자 미국과 일본 당국이 엔화를 방어하는 쪽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달러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고, 원화도 그 영향을 함께 받았다는 해석이다. 다만 이는 시장의 관측이며 공식 개입으로 확인된 사안은 아니다.
1,400원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환율이 내렸다고 해도 절대 수준은 낮지 않다. 지난달 30일 장중 1,417.93원이 최근 저점이었고, 이후로도 1,420원 아래로는 내려가지 못했다. 지난 4개월 흐름을 보면 지금 구간은 여전히 위쪽에 속한다.
환율이 1,400원대라는 것은 해외 자산을 사는 국내 투자자에게 그만큼의 비용이 얹힌다는 뜻이다. 1달러짜리 자산을 사는 데 1,430원이 든다는 의미이므로, 환율이 1,300원이던 시기와 비교하면 같은 자산을 10% 비싸게 사는 셈이다. 반대로 이미 달러 자산을 들고 있다면 원화로 환산한 평가액이 그만큼 부풀려져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달러로는 올랐는데 원화로는 그대로인 이유
가상자산 투자자에게 환율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실제로는 계속 작동하는 변수다. 4일 비트코인은 63,740달러로 24시간 전보다 0.41% 올랐다. 그런데 환율 1,429.78원을 적용하면 원화 환산 가격은 약 9,113만원으로, 체감상 오른 느낌이 나지 않는다.
계산 구조는 단순하다. 국내 거래소의 원화 가격은 달러 가격에 환율을 곱한 값에 가깝게 움직인다. 달러 가격이 1% 올라도 환율이 1% 내리면 원화 가격은 제자리다. 지난달 24일 이후 환율이 3.0% 내렸으므로, 같은 기간 달러 기준 비트코인 가격이 변하지 않았다면 원화 기준으로는 3% 하락한 것처럼 보이게 된다.
국내 시세만 보는 투자자가 해외 시황과 어긋난 느낌을 받는 이유가 대체로 여기에 있다. 달러 가격과 원화 가격이 다르게 움직일 때는 시장이 아니라 환율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지금 확인할 것
확인된 것은 4일 환율 1,429.78원, 열흘간 3.0% 하락, 달러인덱스 99.80이라는 숫자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이번 하락이 추세 전환인지 일시적 조정인지다. 달러 약세의 상당 부분이 엔화 관련 관측에 기대고 있는데, 이 관측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기준값을 두고 보는 편이 낫다. 아래로는 지난달 30일 장중 저점인 1,417원대가 1차 확인점이다. 이 선이 깨지고 1,400원 아래로 내려가면 원화 강세가 자리를 잡았다고 볼 여지가 생긴다. 반대로 1,450원 위로 다시 올라선다면 최근 하락은 되돌림에 그친 것으로 정리된다.
함께 볼 것은 외국인 수급이다. 외국인 순매도가 계속되는데도 환율이 오르지 않는 상태가 이어진다면 달러 쪽 요인이 강하다는 뜻이고, 순매도가 멈춘 뒤에도 환율이 오른다면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한다. 해외 자산 비중이 큰 경우에는 지금처럼 환율이 방향을 잡지 못하는 구간에서 한 번에 환전하기보다 시점을 나누는 방식이 변동성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