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 인사이트=신형탁 기자 | 세입자가 낸 보증금을 집주인이 아닌 공공기관이 맡아 두는 새 임대차 방식이 첫 모집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4일 ‘전월세 안심신탁’ 첫 임대인 모집공고를 냈다.

세입자는 전세처럼 목돈을 한 번 넣고 월세를 내지 않는다. 집주인은 그 목돈 대신 HUG로부터 매달 일정 수익을 월세처럼 받는다. 이번 공고에서 약정한 수익률은 연 4.35%(세전)다.

신청은 공고일부터 상시로 받는다. 요건 검증과 계약을 거쳐 실제 입주는 2027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세입자 돈은 HUG 계좌로

구조는 3자 계약이다. 임대인, 전월세안정화기구 역할을 맡는 HUG, 임차인이 함께 계약서를 쓴다.

임차인은 보증금에 해당하는 돈(예치금)을 HUG 전용 계좌에 넣는다. 계약할 때 10%, 입주할 때 나머지 90%를 낸다. HUG는 이 돈을 운용해 임대인에게 매달 수익을 주고, 계약이 끝나면 임차인에게 직접 돌려준다.

핵심은 보증금이 집주인 손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세사기는 대부분 집주인이 보증금을 다른 곳에 써 버리면서 생긴다. 돈이 처음부터 공공기관에 묶여 있으면 그 고리가 끊긴다. 집주인 빚 때문에 집이 압류되거나 경매에 넘어가도 예치금은 HUG가 보관한다.

법적으로는 ‘보증금 없는 월세’ 계약이다. 그래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그대로 적용된다.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 증액 5% 상한, 대항력이 일반 계약과 같다.

구분내용
임대인 수익예치금의 연 4.35%(세전), 매월 지급
대상 주택주택가격 20억원 이하, 선순위 부채비율 80% 이하
예치금 한도적정 전세 시세 이내
세제 지원(추진)임대소득 소득세·법인세 50% 감면, 농어촌특별세 비과세
공실 지원재계약 조건으로 최대 2개월치 수익 지급
입주 시기2027년 1월부터 순차

*출처=국토교통부

연 4.35%, 집주인에겐 얼마인가

숫자로 풀어 보면 이렇다. 예치금이 3억원인 집이라면 집주인은 연 1305만원, 한 달에 약 108만7500원을 받는다. 세금을 떼기 전 금액이다.

집주인이 얻는 것은 수익률보다 ‘연체가 없다’는 점이다. 월세를 세입자가 아니라 HUG가 주기 때문이다. 세입자가 나간 뒤 빈집이 생겨도, 안심신탁을 계속한다는 조건으로 HUG가 최대 2개월치를 준다.

정부는 이 수익에 붙는 소득세·법인세를 50% 깎아 주고, 감면분에 붙는 농어촌특별세(세율 20%)도 매기지 않는 방안을 추진한다. 개인과 법인 모두, 임대사업자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대상이다. 다만 세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확정된 혜택은 아니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소득·자산 요건은 없다. 주택 유형 제한도 없다. 국세나 지방세를 체납한 집은 가입이 막힌다.

세입자 대출과 보증료

임차인에게는 예치금 전용 전세대출을 붙인다.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보증부 상품이다. 소득·자산 요건을 맞추면 주택도시기금의 버팀목 대출도 쓸 수 있도록 연내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나 임대보증금보증에 따로 가입할 필요가 없다. 보증금을 공공이 직접 보관하니 보증 상품이 할 일이 없어지는 셈이다. 그만큼 보증료 부담도 사라진다.

순수 전세형 외에 보증부 월세형도 허용한다. 다만 월세가 예치금의 240분의 1보다 적은 ‘준전세형’까지만 된다. 월세 물건을 전세로 돌리겠다는 제도 취지 때문이다.

확인할 것과 남은 변수

확정된 것은 구조와 이번 공고의 수익률이다. 약정 수익률은 반기마다 시장금리를 반영해 새로 제시하고, 한 번 계약하면 갱신 때까지 같은 수익률이 적용된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도 있다. 세제 혜택은 법 개정을 거쳐야 하고, 주택연금 가입자의 실거주 의무 예외 요건은 별도로 발표된다. 계약 종료 때 집이 훼손됐다며 임대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HUG가 예치금 일부를 유보하는데, 그 기준도 운영 과정에서 구체화될 부분이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임차인에게는 전세사기 걱정 없는 전세를, 임대인에게는 연체·공실 걱정없는 월세를 제공하는 새로운 선택지”라고 말했다.

당장 볼 지표는 첫 반기 신청 물량과 다음 공고의 수익률이다. 연 4.35%가 시중 월세 전환율보다 낮으면 집주인 참여가 더딜 수 있다. 공고문은 HUG 안심전세포털(khug.or.kr/jeonse)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