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 인사이트=신형탁 기자 | 은행, 증권사, 보험사가 고객에게 돌려주지 못한 휴면 금융자산 규모가 금융회사별로 공개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 금융권의 회사별 휴면자산 환급액과 잔액, 장기미거래자산 잔액을 매년 3월 말까지 공개하는 개선방안을 29일 내놨다.

첫 공개는 2026년 실적을 대상으로 2027년에 이뤄진다. 금융회사끼리 환급 실적을 비교할 수 있게 해 스스로 돌려주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휴면자산 잔액 1조5019억원

휴면자산은 법에서 정한 소멸시효가 지났는데도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예금, 보험금, 증권 등을 말한다. 은행 예금은 보통 마지막 거래 후 5년, 보험금은 3년이 지나면 이 상태가 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보유한 휴면자산은 2025년 말 1조5019억원이다. 보험금이 6583억원으로 가장 많고, 예·적금 3825억원, 증권 3762억원, 신탁 849억원 순이다.

문제는 이 규모가 몇 년째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2년 말 1조5000억원, 2023년 말 1조6000억원, 2024년 말 1조4000억원, 2025년 말 1조5000억원으로 4년 동안 1조4000억~1조6000억원 사이를 오갔다.

당국과 금융권은 그동안 조회·환급 서비스와 캠페인을 이어왔다. 그런데도 잔액이 제자리라는 것은 새로 쌓이는 휴면자산과 주인이 찾아가는 돈이 엇비슷하다는 뜻이다.

장기미거래까지 합치면 15.7조원

휴면자산이 되기 직전 단계의 돈은 훨씬 많다. 3년 이상 입출금이 없거나 만기 후 3년 넘게 방치된 장기미거래자산은 2025년 말 14조2015억원에 이른다. 휴면자산의 9배가 넘는다.

두 자산을 합치면 15조7034억원이다. 이 가운데 예·적금이 7조8167억원으로 절반(49.8%)을 차지하고, 보험금 5조8478억원(37.2%), 증권 1조9382억원(12.3%)이 뒤를 잇는다.

구분휴면 / 장기미거래 (합계)
예·적금3825억원 / 7조4342억원 (7조8167억원)
보험금6583억원 / 5조1895억원 (5조8478억원)
증권3762억원 / 1조5620억원 (1조9382억원)
신탁849억원 / 158억원 (1007억원)
총계1조5019억원 / 14조2015억원 (15조7034억원)

*2025년 말 기준, 출처=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이번에 장기미거래자산 잔액을 함께 공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휴면 상태로 넘어가기 전부터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알리고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은행·증권·보험 전 업권 공개

공개 대상은 은행, 증권, 보험,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전 업권이다. 개별 금융회사 단위로 공개하되, 상호금융은 전체 조합을 합친 수치만 낸다.

공개 항목은 휴면예금, 휴면보험금, 휴면성증권의 한 해 환급액과 연말 잔액, 그리고 장기미거래자산 잔액이다. 각 업권 협회와 중앙회 홈페이지에 매년 3월 말까지 1년에 한 번 게시된다.

회사별 숫자가 나란히 걸리면 환급 실적이 낮은 회사가 드러난다. 별도 제재 없이 평판을 통해 움직이게 하는 방식이다.

관리목표·내부보고 의무화

금융회사 내부 관리 체계도 바뀐다. 각 업권 협회는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을 고쳐 세 가지를 담는다.

첫째, 금융회사가 휴면자산 발생 예방과 감축을 위한 자체 관리목표를 세운다. 환급률, 환급액, 증감률, 캠페인 횟수 등 회사가 통제할 수 있는 지표를 스스로 고르는 방식이다.

둘째, 캠페인 등 환급을 촉진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셋째, 관리 결과를 금융소비자보호 내부통제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경영진이 직접 챙기게 하려는 장치다.

각 협회는 올해 말까지 모범규준을 개정하고, 홈페이지에 공개 메뉴와 시스템을 만든다.

소비자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다. 금융감독원 ‘파인’의 잠자는 내 돈 찾기, 금융결제원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어카운트인포)에서 본인 명의의 잠든 계좌와 보험금을 조회할 수 있다.

이번 방안이 실제 환급을 늘릴지는 2027년 3월 첫 공개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기준점은 2025년 말 휴면자산 1조5019억원이다. 이 숫자가 1조4000억원 아래로 내려가는지가 제도 효과를 가늠할 첫 잣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