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 인사이트=신형탁 기자 | 19일 국내 증시가 개장과 동시에 무너졌다. 코스피는 장 시작 6분 만에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전날 6,869.83으로 마감했던 코스피는 이날 오전 9시 27분 6,413.43까지 밀렸다. 하락률 6.64%다.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해 낮 12시 40분 기준 6,495.52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 대비 374.31포인트, 5.45% 하락한 수준이다.

장중 저점에서는 82.09포인트, 1.28% 되돌렸다. 다만 지수대는 여전히 6,400선대에 머물렀다.

개장 6분 만에 사이드카, 올해 48번째

사이드카는 선물 가격이 기준치 이상 급변할 때 프로그램 매매 주문의 효력을 5분간 멈추는 제도다. 기계적으로 쏟아지는 대량 주문이 지수를 한쪽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잠시 끊어주는 장치다.

이날 발동 시각은 오전 9시 6분이었다. 개장 직후부터 매도 주문이 몰렸다는 뜻이다.

올해 들어 사이드카는 이번이 48번째다. 매도 사이드카가 25회, 매수 사이드카가 23회였다.

한 해에 48회면 거래일 기준으로 사흘에 한 번꼴이다. 올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삼성전자 7.36%, SK하이닉스 8.42% 하락

낙폭을 키운 것은 지수 비중이 큰 반도체 대형주였다.

삼성전자는 낮 12시 40분 기준 24만8,750원에 거래됐다. 전 거래일 종가 26만8,500원 대비 1만9,750원, 7.36% 내렸다.

SK하이닉스는 152만2,000원이었다. 전 거래일 166만2,000원에서 14만원, 8.42% 하락했다.

두 종목은 오전 중 각각 24만7,500원, 150만5,000원까지 밀리며 저점을 찍었다.

코스피에서 이 두 종목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4분의 1 안팎이다. 두 종목이 8% 가까이 빠지면 지수만으로는 2%포인트 넘게 끌어내리는 힘이 된다. 이날 지수 낙폭의 상당 부분이 여기서 나왔다.

코스피6,495.52 (-5.45%, 19일 12시 40분)
장중 저점6,413.43 (-6.64%, 오전 9시 27분)
삼성전자24만8,750원 (-7.36%)
SK하이닉스152만2,000원 (-8.42%)
사이드카오전 9시 6분 발동, 올해 48번째

*출처=한국거래소 시세, 장중 기준

외국인 1조원 순매도, 개인 1조2천억 순매수

수급은 뚜렷하게 갈렸다.

오전 중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214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2,098억원을 팔았다.

반대로 개인은 1조2,043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내놓은 물량을 개인이 받아낸 구도다.

이 구도 자체가 방향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개인 순매수가 많다고 바닥이라는 뜻은 아니고,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진다고 하락이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개장 두 시간 남짓 만에 한쪽에서만 1조원 넘는 물량이 나왔다는 점은 이날 매도가 특정 이슈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었음을 보여준다.

배경은 중동과 미국 금리

급락의 방아쇠는 국내가 아니라 밖에 있었다.

현지시간 17일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 시한이 성과 없이 끝났다. 양측이 지난 6월 맺은 종전 양해각서의 60일 협상 기한이 만료됐고, 두 나라 모두 연장을 거부했다.

공급 차질 우려에 국제유가가 올랐다. 서부텍사스산원유 9월물은 배럴당 84.94달러로 지난 7월 24일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도 높은 자리를 지켰다. 30년물은 장중 2007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고, 10년물은 4.7%대에 머물렀다.

금리가 오르면 먼 미래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깎이는 폭이 커진다. 성장에 기대가 실린 기술주와 반도체주가 금리에 특히 민감한 이유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도 나스닥이 1.33%, S&P500이 0.69% 내렸다.

확인된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

이날 확인된 것은 세 가지다. 반도체 대형주가 8% 안팎 급락했다는 것, 외국인이 1조원 넘게 팔았다는 것, 그리고 그 배경에 중동 정세와 미국 금리가 있다는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이 하락이 며칠짜리 조정인지 흐름의 전환인지다. 협상 시한이 끝났다는 사실은 확정됐지만 이후 전개는 아직 열려 있다.

당분간 볼 기준값은 세 개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5.28% 위에 머무는지, 서부텍사스산원유가 85달러선을 넘어 자리를 잡는지, 그리고 외국인 순매도가 하루로 끝나는지다.

지수보다 이 세 숫자가 먼저 방향을 바꾼다. 장중 등락에 매번 반응하기보다 이 값들을 며칠 단위로 확인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