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 인사이트=신형탁 기자 | 상장사 최대주주 겸 대표가 가족과 회사 명의 계좌 11개로 2년 5개월 동안 주가를 끌어올려 수백억원을 챙긴 사건이 적발됐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1일 제17차 회의에서 이 사건을 포함해 불공정거래 3건을 검찰에 고발·통보했다고 밝혔다.
세 건은 각각 장기 시세조종, 대체거래소 종목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이다. 방식은 달라도 모두 자기 돈이 아닌 다른 투자자의 돈에서 이익을 뽑아낸 사건이다.
11개 계좌로 2년 5개월
I사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J씨는 본인과 회사, 배우자, 형제자매 등 4명 명의 계좌 11개를 동원했다. 기간은 2년 5개월이다.
수법은 고가매수, 종가관여, 가장·통정매매가 복합적으로 쓰였다. 고가매수는 현재가보다 비싼 값에 주문을 내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종가관여는 장 마감 직전 주문을 몰아 그날 종가를 원하는 자리에 두는 수법이다.
가장매매는 자기 계좌끼리 사고팔아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꾸미는 행위, 통정매매는 미리 짠 상대와 주고받는 거래다. 이렇게 만든 가격으로 얻은 부당이득이 수백억원에 이른다.
증선위는 시세조종 외에 대량보유 보고 의무 위반도 함께 적용했다. 상장사 주식을 5% 넘게 보유하면 변동 내역을 신고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 구분 | 내용 |
|---|---|
| 장기 시세조종 | I사 최대주주 겸 대표, 4명 명의 11개 계좌, 2년 5개월, 부당이득 수백억원 |
| 대체거래소 시세조종 | 전업투자자 G씨, 가족·지인 계좌, H사 주식, 부당이득 수억원 |
| 미공개정보 이용 | C법인 대표 D씨 등 3명, A사 경영권 양도 정보, 부당이득 수억원 |
*출처=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제17차 의결(10월 1일)
호가 얇은 대체거래소 종목
두 번째 사건은 대체거래소(NXT)에서 벌어졌다. 전업투자자 G씨는 가족과 지인 계좌를 이용해 H사 주식에 다수의 시세조종 주문을 넣어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
대체거래소는 한국거래소 외에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또 다른 시장이다. 거래 시간이 길고 수수료가 낮은 대신 종목에 따라 호가가 얇다. 호가가 얇다는 것은 매수·매도 주문이 적게 쌓여 있어 적은 돈으로도 가격을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구조는 개인 투자자에게 편리한 만큼 시세조종에도 취약하다. 증선위가 대체거래소 종목의 시세조종을 고발한 것은 새 시장에도 같은 잣대를 댄다는 신호다.
경영권 양도 정보 미리 알고
세 번째 사건은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이다. C법인 대표 D씨는 상장사 A의 주식 취득과 경영권 양도 정보를 공개 전에 알고 거래했다. 자본시장법은 이를 준내부자의 미공개정보 이용으로 본다.
D씨에게서 정보를 받은 E씨와 F씨도 1차 정보수령자로 함께 고발됐다. 세 사람이 얻은 부당이득은 수억원이다.
준내부자는 회사 임직원은 아니지만 계약 등을 통해 내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경영권 양도 협상 상대방이 대표적이다.
투자자가 볼 신호
세 사건에는 공통된 흔적이 있다. 특정 종목이 뚜렷한 이유 없이 장 마감 직전 급등하거나, 거래량이 갑자기 늘었다가 가격만 남고 거래가 사라지는 경우다. 종가관여와 가장매매가 남기는 전형적인 자국이다.
증선위는 금융위원회 안에서 불공정거래를 심의하는 기구다. 금감원 조사 결과를 받아 검찰 고발이나 통보를 결정하며, 고발은 통보보다 무거운 조치다. 올해 들어 증선위는 M&A 정보를 이용한 카르텔 사건 등 굵직한 건을 잇따라 넘기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눈에 띄는 것은 범행 기간이다. 2년 5개월 동안 11개 계좌가 한 종목을 받쳐 올렸는데도 적발까지 시간이 걸렸다. 가족과 회사 명의를 섞어 쓰면 계좌 간 연결고리를 찾는 데 그만큼 오래 걸린다는 뜻이다.
최대주주 지분 변동 공시가 늦거나 빠져 있는 종목도 주의할 대상이다. 이번 사건처럼 시세조종과 보고 누락이 함께 가는 경우가 많다.
확인된 것은 세 건의 고발·통보 사실과 수법이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종목명과 정확한 부당이득 액수다. 증선위는 수사 중인 사건의 회사명을 공개하지 않는다. 다음에 볼 것은 검찰 기소 여부와 법원이 산정하는 부당이득 금액, 그리고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물릴 수 있는 과징금 부과 여부다.
사진=Ox1997cow /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여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