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으로 시작해 34억원을 만들었다고 밝힌 한 장기투자자가 최근 텔레그램에 자신의 투자 원칙 23가지를 공개했다. 68배에 이르는 수익률을 냈다면 보통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건 어떤 종목을, 언제 샀느냐다. 그런데 공개된 23개 원칙을 하나씩 뜯어봐도 특정 종목을 짚어주는 항목은 없다. 대신 가장 먼저 강조되는 건 "기록 없는 매수는 하지 않는다"는 절차 규정이다.
이 어긋남은 68배라는 숫자가 주는 인상과 배치된다. 그 정도 수익률이면 시장을 남들보다 정확히 읽는 안목이 핵심일 것 같은데, 정작 이 투자자가 공개한 건 안목이 아니라 규율이다. 매수 전에는 반드시 매수 논거와 무효화 조건을 글로 남기고,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매수는 아예 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 21번이다. 매도 기준도 비슷하다. 펀더멘털이나 투자 논거가 훼손되지 않는 한 쉽게 팔지 않는다는 게 원칙 20번이고, 이 거래가 투자인지 도박인지를 매수 전에 반드시 자문한다는 게 원칙 12번이다. 셋 다 무엇을 살지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할지에 관한 규정이다.
타이밍에 관한 원칙들도 예상과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조심하고 공포에 빠질 때 기회를 본다는 원칙 15번, 신규·추가 매수는 원칙적으로 눌림목에서 하되 메가트렌드를 이끄는 주도주나 산업의 병목 기업만 예외적으로 추격매수를 허용한다는 원칙 16번이 그렇다. 피가 낭자한 장에서도 기회가 보이면 분할매수한다는 원칙 17번, 추가 하락이 나오면 단순한 가격 하락과 투자 논거(Thesis)가 실제로 훼손됐는지를 구분해서 대응한다는 원칙 18번도 마찬가지다. 이 네 개 모두 어떤 종목을 살지가 아니라 언제, 어떤 조건에서 행동할지를 정해둔 규칙이다. 종목은 원칙 1번과 5번이 말하는 산업 선도기업과 병목 기업이라는 큰 범주로만 제시될 뿐, 그 이상 구체적으로 좁혀지지 않는다.
리스크를 다루는 원칙으로 넘어가면 이 투자자가 얼마나 공격적인 목표와 얼마나 방어적인 장치를 동시에 두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목표 자체는 5년에 5배, 10년에 10배로 잡혀 있다. 그런데 이 목표를 좇는 동안 3배 레버리지 상품은 극단적인 폭락장에서만 제한적으로 쓰고, 개별 주식에 레버리지를 얹는 건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다. 포트폴리오 전체의 위험 노출은 겉으로 보이는 비중이 아니라 레버리지를 다 반영한 순현금 기준으로 관리한다. 그리고 최악의 실패가 나더라도 가족의 생활이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만 베팅한다는 원칙이 리스트 중간에 박혀 있다. 공격적인 복리 목표와 파산을 막는 장치가 같은 23개 안에 나란히 들어 있는 셈이다.
이 접근을 지탱하는 심리적 근거는 다른 텔레그램 소스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된다고 알려져 있다. 12개월에서 18개월 앞을 내다볼 수 있으면 크게 이긴다는 한 트레이더의 언급이 그렇다. 가격이 목표가로 움직이는 와중에도 사람은 늘 스스로에게 더 빠질 거라고 설득한다는 지적, 그리고 아웃퍼폼을 원한다면 어느 정도의 하락은 반드시 감내해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확인이 끝난 뒤에야 뒤늦게 사면 마음은 편하지만, 그 대가로 상승폭의 상당 부분을 이미 포기한 뒤라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리서치로 쌓은 확신은 수익을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그 하락 구간을 버티게 해주는 연료에 가깝다.
다만 이 이야기 전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짚어야 할 지점이 있다. 이 원칙들은 68배 수익을 낸 뒤에 정리된 것이다. 같은 원칙을 지키고도 결과를 내지 못한 투자자가 얼마나 있었는지는 이 텔레그램 게시물에 나오지 않는다. 기록하는 매수, 엄격한 매도 기준, 레버리지 제한 같은 원칙은 손실을 줄이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되지만, 그 자체가 68배라는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살아남은 사례만 회자되는 구조라는 점은 이 원칙들을 읽을 때 함께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23가지 원칙이 눈에 띄는 이유는 남는다. 수익률을 묻는 사람에게 종목명 대신 기록 습관과 레버리지 상한을 내놓았다는 것 자체가, 이 투자자가 스스로 무엇을 재현 가능한 요인으로 보는지를 보여준다. 종목을 맞히는 사람과 절차를 지키는 사람은, 같은 시장에서 전혀 다른 것을 쌓아 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