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 인사이트=신형탁 기자 | 자동매매 프로그램(API)으로 가상자산 시세를 끌어올린 혐의자들과, 자기 코인의 거래량을 가짜로 부풀린 발행사 임직원들이 수사기관에 넘겨졌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제16차 정례회의에서 가상자산시장 불공정거래 사건 4건의 혐의자들을 고발하거나 수사기관에 통보하기로 의결했다.
4건 가운데 3건은 API를 이용한 초단기 시세조종이다. 나머지 1건은 가상자산 운영사 임직원들의 부정거래·시세조종 사건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함께 조사했다.
| 구분 | 내용 |
|---|---|
| 사건 1·2 | 친형제 두 혐의자, API 시장가 반복매매로 매수 유인 → 수사기관 통보 |
| 사건 3 | 타인 명의 계정까지 동원한 API·고가매수 결합 시세조종 → 고발 |
| 사건 4 | 운영사 임직원, 마켓메이킹 업자 고용해 가장매매 → 수사기관 통보 |
| 의결 | 2026년 9월 23일 제16차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
*출처=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보도참고자료
형제가 같은 수법으로 2건
첫 번째와 두 번째 사건의 혐의자는 친형제다. 두 사람은 각자 여러 종목에서 같은 방식을 썼다.
먼저 지정가 고가매수로 물량을 빠르게 사 모았다. 이어 API로 적은 금액을 같은 수량만큼 시장가로 사고팔기를 반복했다. 체결이 쉴 새 없이 찍히면서 호가창이 깜빡이고, 거래가 활발한 종목처럼 보이게 된다. 당국은 이를 ‘호가창 반짝임 효과’라고 불렀다.
그 사이 손으로 직접 높은 가격의 매수 주문을 넣어 시세를 밀어 올렸다. 목표 가격에 닿으면 싼 가격에 매도 주문을 내 보유 물량을 한꺼번에 넘겼다.
초당 7회, 회당 1만원
세 번째 사건은 수법이 더 정교했다. 혐의자는 거래소가 API 주문 횟수를 제한하자 이를 피하려고 남의 명의 계정까지 끌어들였다.
당국이 공개한 개요도에 따르면 혐의자는 변동성이 컸던 종목을 골라 평균 4억원가량을 미리 사들였다. 보조 계정에서는 1만원짜리 시장가 주문을 초당 7회꼴로 반복해 거래가 붐비는 모양을 만들었다. 본인 계정에서는 API로 초당 2회, 수동으로 분당 2회 고가 매수 주문을 넣어 가격을 올렸다.
매도 주문은 미리 높은 가격에 깔아 두었다. 가격이 조금씩 오르면서 이 주문들이 차례로 체결됐고, 혐의자는 그렇게 물량을 털었다. 이 사건만 고발 조치가 내려졌다.
이런 방식이 개인 투자자에게 위험한 이유는 단순하다. 체결이 몰리고 가격이 오르는 모습만 보면 수요가 붙은 종목으로 착각하기 쉽다. 실제로는 한두 사람이 만든 거래이고, 이들이 물량을 넘기고 나면 가격을 받쳐 줄 매수세가 남아 있지 않다.
거래량 90% 이상이 가짜
네 번째 사건은 코인을 발행한 회사가 직접 벌인 일이다. 운영사 임원 등은 국내 대형 거래소 상장에 여러 차례 도전했지만 거래량이 모자라 번번이 떨어졌다.
그러자 상장이 비교적 쉬운 중형 거래소에 먼저 코인을 올렸다. 이어 이른바 ‘마켓메이킹 업자’를 고용하고 법인 임직원 명의 계정들을 동원해 서로 사고팔게 했다. 주인이 같은 계정끼리 주고받는 이런 거래를 가장매매라고 한다.
이렇게 부풀린 거래량은 전체 거래량의 90% 이상이었다. 혐의자들은 이 숫자로 거래소의 상장 유지 요건을 채웠고, 대형 거래소 추가 상장 자격을 따는 데도 썼다. 수개월 동안 일반 투자자들은 거래가 활발한 코인으로 믿었다.
백서 속 발행재단도 실체가 없었다. 재단은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였고, 실제 발행과 운영은 혐의자들이 국내에 세운 법인이 맡았다. 백서에 이름을 올린 재단 핵심 인물들은 실체가 불분명하거나 지어낸 사람이었다. 당국은 이 법인과 실질 사주, 대표이사 등을 조치 대상에 넣었다.
추격매수 전에 볼 세 가지
금융당국은 이용자 유의사항을 함께 내놨다. 요약하면 세 가지다.
첫째, 이유 없이 급등하는 종목을 따라 사지 않는다. 체결이 잦고 변동성이 커 보여도 그 모습 자체가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
둘째, 가상자산 설명서와 백서를 확인한다. 발행재단이 해외 조세피난처에 있는 실체 불분명한 회사라면 실제 운영 주체, 국내외 유통 수량,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따로 챙겨 봐야 한다.
셋째, 거래량이 특정 거래소 한 곳에만 몰리는지 본다. 평소 조용하던 코인의 거래량과 가격이 갑자기 뛰거나 한 거래소에만 거래가 쏠린다면 인위적인 거래가 섞였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발표에는 사건별 부당이득 규모와 관련 종목명은 담기지 않았다. 혐의의 최종 판단은 수사와 재판에서 가려진다. 당국은 비슷한 매매 양태를 중심으로 이상거래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