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 인사이트=신형탁 기자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투자자문사와 펀드가 가상자산을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 정한 규정 개편안을 1일(현지시간) 내놓았다. 주 정부 인가 신탁회사를 적격 수탁기관으로 인정하고, 제한된 조건에서 자문사가 직접 보관하는 길도 열었다.
SEC는 보도자료(2026-100호)에서 이번 안이 1940년 투자자문업법과 투자회사법의 수탁 규정을 현대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규정 번호는 IA-7023, IC-36353이다.
무엇이 바뀌나
미국 등록투자자문사(RIA)는 고객 자산을 '적격 수탁기관'에 맡겨야 한다. 지금까지는 은행과 브로커딜러, 선물중개업자 등이 여기에 해당했다.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자문사들의 오랜 불만이었다.
개편안은 네 가지를 손본다. 첫째, 자문사가 가상자산 자문을 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제 경로를 만든다. 둘째, 등록 펀드와 사업개발회사(BDC)가 가상자산 전략에 접근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힌다.
셋째, 자문사의 재무제표 감사 요건을 손본다. 넷째, 브로커딜러가 등록 펀드에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항을 고친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2008년 비트코인 등장 이후 가상자산 시장은 틈새 호기심에서 주요 자산군으로 성장했다"며 규정이 이 변화를 따라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주 신탁회사 추가
가장 큰 변화는 주 정부 인가를 받은 신탁회사를 적격 수탁기관에 명시한 점이다. 미국에서 가상자산 수탁 전문 업체 상당수가 주 신탁회사 인가로 영업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들이 적격 수탁기관인지 해석이 갈렸다. 이번 안이 확정되면 가상자산 전문 수탁사가 은행 수탁사와 같은 지위를 얻는다.
다만 아무 신탁회사나 되는 것은 아니다. 개편안은 신탁회사의 법적 권한과 안전장치를 점검하는 요건을 둔다.
자기보관 4가지 조건
자문사가 고객 가상자산을 직접 보관하는 것도 좁은 범위에서 허용된다. 적격 수탁기관을 쓸 수 없는 자산에만 적용되는 예외 조항이다.
| 구분 | 내용 |
|---|---|
| 적용 대상 | 적격 수탁기관이 없는 가상자산, 보유 전·분기마다 확인 |
| 승인 절차 | 2인 공동 승인 필요 |
| 회계 검증 | 6개월 내 회계사 보고서, 이후 매년 |
| 고객 보고 | 분기별 고객 명세서 제공 |
| 의견수렴 | 연방관보 게재 후 60일 |
*출처=SEC 보도자료(2026-100호)·제안서(IA-7023)
자문사는 보유 전에, 그리고 분기마다 적격 수탁기관이 없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거래는 2인이 함께 승인해야 하고, 6개월 안에 회계사 보고서를 받은 뒤 매년 갱신해야 한다. 고객에게는 분기별 명세서를 보내야 한다.
자기보관은 거래소에 맡기지 않고 자신이 개인키를 들고 있는 방식이다. 해킹이나 거래소 파산 위험은 피할 수 있지만, 키를 잃어버리면 복구할 길이 없다. 규정이 조건을 겹겹이 단 이유다.
2023년안과 다른 점
SEC는 2023년 2월 게리 겐슬러 전 위원장 시절 '자산보호규정(Safeguarding Rule)' 개정안을 냈다. 가상자산을 포함한 모든 고객 자산에 수탁 의무를 넓히는 내용이었지만 확정되지 못했다. 이번 안은 그 자리를 대체한다.
회계 처리도 달라졌다. 가상자산을 맡은 기관이 이를 부채로 잡도록 한 회계지침(SAB 121)은 지난해 1월 폐지됐다. 은행이 수탁 사업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먼저 마련된 셈이다.
의회의 시장구조 법안 처리가 늦어지는 가운데 SEC가 먼저 규정으로 길을 낸 모양새다.
국내 투자자가 볼 대목
이번 안은 미국 자문사와 펀드에 적용된다. 국내 투자자에게 직접 영향은 없다. 다만 미국 기관 자금이 가상자산에 들어오는 통로가 하나 더 생긴다는 점에서 시장 수급에는 의미가 있다.
국내는 금융위원회가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로드맵을 지난해 내놓았다. 기관이 코인을 어디에 맡기느냐는 문제는 국내에서도 같은 순서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확인된 것은 제안 내용과 60일 의견수렴 일정이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위원 표결 내역과 최종안 확정 시점이다. 의견수렴이 끝난 뒤 SEC가 수정안을 내는지, 그리고 주 신탁회사 요건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가 다음에 볼 대목이다.
사진=bettrichard873 (퍼블릭도메인, Fli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