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 인사이트=신형탁 기자 | SK하이닉스가 40조원어치 자기주식을 사들여 전량 소각한다. 이사회는 19일 자기주식 취득과 소각 안건을 의결하고 이를 공시했다.
국내 상장사의 자기주식 소각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다.
2407만주, 발행주식의 3.3%
취득 규모는 40조원이다. 이사회 결의 전날 종가인 166만2000원을 기준으로 하면 2407만주에 해당한다.
발행주식 총수의 약 3.3%다. 매입은 20일부터 약 3개월에 걸쳐 진행되고, 취득이 끝나면 전량 소각한다.
소각은 사들인 주식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갖고만 있으면 나중에 다시 팔릴 수 있지만, 소각하면 주식 수 자체가 줄어든다.
주식 수가 3.3% 줄면 남은 주주가 가진 한 주의 몫이 그만큼 커진다. 같은 이익을 더 적은 주식으로 나누기 때문에 주당순이익도 올라간다. 시장이 자사주 매입보다 소각을 더 쳐주는 이유다.
순현금 69조가 배경
회사는 주주환원 기준도 함께 손봤다.
기존에는 잉여현금흐름(FCF)의 '50% 범위 내'에서 환원한다는 방침이었다. 이를 '50% 이상'으로 바꿨다. 상한이 하한으로 바뀐 셈이다.
여력은 실적에서 나왔다. AI 메모리 시장을 이끌면서 현금 창출력이 크게 개선됐고, 2분기 말 기준 순현금은 약 69조원에 이른다.
회사는 사업 경쟁력과 내재가치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취득 규모 | 40조원 |
| 주식 수 | 약 2407만주 |
| 발행주식 대비 | 약 3.3% |
| 취득 기간 | 8월 20일부터 약 3개월 |
| 처리 방식 | 취득 후 전량 소각 |
| 환원 기준 | FCF 50% 범위 내 → 50% 이상 |
*출처=SK하이닉스 공시
하루 만에 되돌린 코스피
발표 다음 날 시장은 크게 반응했다.
2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81.41포인트(5.89%) 오른 6852.58에 마감했다.
바로 전날인 19일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19일 코스피는 개장 6분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될 만큼 무너지며 6471.17로 5.80% 떨어졌다.
이틀 사이 지수는 거의 제자리로 돌아왔다. 18일 종가 6869.83과 비교하면 아직 17.25포인트, 0.25% 낮은 수준이다.
반도체 두 종목이 끌었다
상승은 반도체에 집중됐다.
SK하이닉스는 12.73% 오른 169만1000원에 마감했다. 하루에 19만1000원이 뛰었다.
삼성전자는 9.49% 올라 27만1000원으로 27만원선을 되찾았다. 삼성전자 우선주는 10.07% 올랐다.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둔 SK스퀘어는 11.85%,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은 7.78% 상승했다.
수급은 외국인이 이끌었다. 외국인은 1조7000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2조2000억원, 기관은 4880억원을 순매도했다.
전날 급락에서 반등이 나오자 개인은 물량을 덜어냈고, 외국인이 그 물량을 받아간 구조다.
순현금의 58%에 해당
40조원이라는 규모는 회사의 현금 사정과 견줘 보면 감이 잡힌다.
2분기 말 기준 순현금이 약 69조원이니, 이번 매입 규모는 그 58%에 해당한다. 쌓아둔 현금의 절반 이상을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결정이다.
배당과는 성격이 다르다. 배당은 주주가 현금을 받고 세금을 낸다. 소각은 주식 수를 줄여 남은 주식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라, 당장 현금이 오가지 않는다.
대신 배당은 매년 반복되지만 소각은 이번 한 번의 결정이다. 회사가 환원 기준 자체를 'FCF 50% 이상'으로 올린 것은, 이번만으로 끝내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남은 변수는 실행과 삼성
확인된 것은 이사회 결의와 하루치 주가까지다.
매입은 이제 막 시작됐다. 40조원을 3개월에 걸쳐 사들이는 일정이라, 실제 집행 속도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주식 수가 줄어드는 효과도 소각을 마쳐야 확정된다. 취득 단계에서 중단되거나 규모가 조정될 여지는 공시상 남아 있다.
시장이 다음으로 보는 것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도 이달 안에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다만 회사가 확정해 공시한 내용은 아직 없다.
지수 쪽 기준값은 18일 종가 6869.83이다. 이 선을 회복해야 19일 급락분이 완전히 지워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