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CO라는 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나 강경 정책을 밀어붙이다가도, 채권시장과 증시가 흔들리면 결국 한발 물러선다는 뜻으로 트레이더들이 붙인 별명이다. 몇 차례 반복되자 시장은 이 패턴을 학습했다. 위기처럼 보이는 순간이 와도 "어차피 또 접을 것"이라는 계산으로 안도 매수가 들어오는 습관이 생겼다.

문제는 이번엔 그 패턴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데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6%에 근접했다. 과거에도 정확히 이 수준에서 트럼프가 강경책을 접었던 전례가 있다. 그런데 이번엔 4.6% 근처까지 왔는데도 아직 TACO가 없다. 여기에 트럼프 암살 관련 루머까지 겹치며, 오히려 더 강경하게 나갈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왜 10년물 금리 하나가 이렇게 중요한가. 국채금리는 정부와 기업이 돈을 빌리는 기준 비용이다. 이 비용이 오르면 주택담보대출부터 회사채까지 줄줄이 비싸지고, 동시에 주식보다 국채를 들고 있는 게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인 선택이 된다. 만약 TACO 없이 트럼프가 강경하게 밀어붙이고 10년물이 4.6%를 넘어 계속 오른다면, 증시에는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판단이다.

같은 시각 태평양 건너 일본에서는 정반대 움직임이 있었다. 일본 정부가 연기금을 동원했다는 소식에 일본 10년물 국채수익률이 2.8%에서 2.7%로 내려갔다. 다만 이 처방은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연기금을 동원해 금리를 눌러본 사례는 한국에서도 있었는데, 그때도 효과는 단기에 그쳤다. 이번에도 일본 금리가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낮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서 두 나라의 금리가 만나는 지점이 진짜 변수다. 미국과 일본의 10년물 금리 차이가 좁혀질수록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가 다시 불거진다. 엔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미국 등 다른 자산에 투자해 그 차익을 먹는 거래다. 금리 차이가 클 때는 이 거래가 안정적으로 굴러가지만, 차이가 좁아지면 남는 차익이 줄어들면서 포지션을 정리해야 하는 압력이 커진다. 정리가 시작되면 빌렸던 엔화를 다시 사야 하니 엔화가 급격히 강세로 돌고, 그 자금을 대던 다른 자산은 동시에 팔려 나간다. 2024년 여름에도 이와 비슷한 구조로 글로벌 증시가 단기간에 크게 흔들린 적이 있다.

정리하면 지금 판을 움직이는 힘은 세 갈래다. 미국 10년물이 4.6% 위로 계속 오르는지, 일본 10년물이 연기금 효과를 넘어 다시 상승하는지, 그리고 두 금리의 격차가 좁혀지며 엔캐리 청산이 실제로 터지는지. 세 조건이 동시에 맞아떨어지면 관세 뉴스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규모의 변동성이 나온다.

정작 트레이더들 사이에서는 요즘 장세에 대한 피로감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세 헤드라인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차라리 예전처럼 S&P500 지수나 배당주 위주로 담백하게 모아가는 게 낫지 않냐는 얘기다. 매일 뉴스를 쫓아다니는 것보다, 그 뉴스들이 결국 어느 숫자로 수렴하는지를 아는 게 더 유용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이번에도 물러설지, 아니면 처음으로 TACO 없이 밀어붙일지는 아무도 확언할 수 없다. 다만 확언할 수 있는 건 있다. 관세 발표 자체보다 그 발표가 10년물 금리를 어디로 밀어붙이는지, 그리고 그 금리가 태평양 건너 일본 금리와 얼마나 가까워지는지가 실제로 자산 가격을 움직이는 변수라는 점이다. 정치인의 트윗을 스크롤하는 사람과 금리 차트를 보는 사람은, 같은 뉴스를 보고도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