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 인사이트=신형탁 기자 | 금융위원회가 4일 토큰증권 정책방향을 공개했다. 주식과 채권, 펀드를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하고 거래하는 제도를 3단계로 나눠 열겠다는 내용이다.

이날 오전 10시 예탁결제원 서울사무소에서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3차회의가 열렸다. 금융감독원과 예탁결제원, 금융보안원, 금융투자협회, 핀테크산업협회,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가 참석했다.

협의체는 지난 3월 4일 1차회의에서 3대 정책방향을 제시했고, 5월 15일 2차회의에서 인프라와 발행·유통 부문을 나눠 논의했다. 이번 3차회의에서 종합안이 나온 것이다.

근거법은 이미 통과, 시행은 2027년 2월 4일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술로 발행하고 유통하는 증권을 말한다. 지금은 증권을 예탁결제원의 전자장부에 기록하는데, 이를 분산원장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제도의 근거는 이미 마련돼 있다. 지난 2월 전자증권법이 개정되면서 토큰증권이 공식 제도로 들어왔다. 시행일은 2027년 2월 4일이다.

남은 것은 그 법을 어떻게 굴릴지 정하는 일이다. 이번 발표가 그 설계도에 해당한다.

1단계에 열리는 상품 네 가지

2027년 2월 시행과 함께 열리는 것은 네 가지다. 전면 개방이 아니라 위험이 작은 쪽부터 여는 구조다.

기존 정형증권에서는 세 가지가 나온다.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머니마켓펀드(MMF) 토큰화,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사채 토큰화, 그리고 신탁방식을 이용한 비상장주식 토큰화다.

앞의 두 가지에 기관투자자 전용이라는 단서가 붙은 점이 중요하다. 개인은 1단계에서 이 상품을 살 수 없다.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도는지 먼저 확인하겠다는 뜻이다.

네 번째는 신종 비정형증권인 공모 조각투자증권의 토큰화다. 조각투자는 미술품이나 부동산처럼 값비싼 자산을 잘게 쪼개 여러 사람이 나눠 갖는 방식을 말한다. 금융위는 권리관계가 단순하고 규모가 작아 시스템을 구축하기 쉽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구분내용
근거법전자증권법 (2026년 2월 개정)
시행일2027년 2월 4일
1단계 상품사모MMF·사모사채(기관 전용), 신탁방식 비상장주식, 공모 조각투자증권
2단계공모 증권 토큰화, 인프라 확충
3단계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
하위법규 입법예고2026년 9월 말

*출처=금융위원회 보도자료(2026.9.4)

계좌관리기관 자기자본 40억원

발행하는 쪽의 문턱도 정해졌다. 발행인이 직접 고객의 증권계좌를 열고 관리하려면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으로 등록해야 한다.

등록 요건은 자기자본 40억원 이상이다. 인력도 네 명을 갖춰야 한다. 계좌관리 전문인력 1명, 내부통제 전문인력 1명, 전산 전문인력 2명이다.

전산 부문에는 별도로 엄격한 기준이 붙는다. 보안사고를 막고 사고가 났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요구한다. 고객의 증권을 직접 장부에 적는 역할이라 사고가 나면 곧바로 재산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반투자자는 거래소별 1억원까지

유통 쪽에서는 거래한도가 눈에 띈다. 일반투자자의 장외거래소별 순매수액을 1억원으로 제한한다.

순매수액은 산 금액에서 판 금액을 뺀 값이다. 1억원어치를 샀다가 5000만원어치를 팔았다면 순매수는 5000만원이므로, 5000만원을 더 살 수 있다는 뜻이다.

한도가 거래소별로 매겨진다는 점도 알아둘 만하다. 장외거래소가 여러 곳 생기면 총액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미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나 장외거래소는 별도 인가 없이 토큰증권을 취급할 수 있다. 다만 장외거래소가 토큰증권 거래를 지원하려면 금융감독원과 미리 협의해야 한다.

비금전신탁수익증권에는 1인당 청약한도가 따로 있다. 3000만원과 발행금액의 5% 가운데 작은 금액이다.

3단계에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한다

가상자산 시장이 주목할 대목은 3단계다. 금융위는 스테이블코인 등을 결제수단으로 하는 온체인 결제 인프라 구축을 3단계 과제로 제시했다.

지금은 토큰증권을 사도 대금은 은행 계좌를 거쳐 원화로 오간다. 증권은 블록체인 위에 있는데 돈은 밖에 있는 셈이다.

온체인 결제가 붙으면 증권과 대금이 같은 장부에서 동시에 움직인다. 결제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과 그 사이에 생기는 미결제 위험이 줄어든다.

다만 3단계에는 시점이 붙어 있지 않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근거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아직 국회에 발의되지 않은 상태라 일정을 못 박기 어려운 구조다.

다음에 볼 기준값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토큰증권을 조각투자에만 머물게 하지 않겠다”며 “주식, 채권, 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도 토큰 방식으로 발행·거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은 시장이 이끌고 신뢰는 정부가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디지털 자본시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확인된 것은 1단계 상품 범위와 등록 요건, 거래한도, 그리고 시행일이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조문이다. 이번 발표는 정책방향이고 실제 규정은 하위법규에 담긴다.

가장 먼저 볼 지점은 9월 말이다.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하위법규 개정안이 이때 입법예고된다. 발표문에 적힌 숫자가 조문에 그대로 들어가는지, 예고 기간에 어떤 의견이 붙는지가 여기서 드러난다.

그다음은 2단계 시점이다. 공모 증권까지 열려야 일반 투자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시장이 된다. 1단계가 기관 위주로 짜인 만큼, 2단계 일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개인이 접할 수 있는 상품은 조각투자증권에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