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 인사이트=신형탁 기자] 메타가 자사 AI 데이터센터의 잉여 컴퓨팅 자원을 외부에 임대하겠다고 밝히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주가가 미끄러졌다. 논리는 단순했다. 컴퓨팅이 남아돈다는 건 AI 투자가 정점을 지났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메모리 수요도 곧 꺾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추론에는 구멍이 있었다. 메타는 다른 빅테크와 출발선이 다르다. 구글이나 아마존처럼 처음부터 외부에 클라우드를 파는 사업 구조가 아니라, 자사 서비스용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 인프라를 지어왔다. 그렇게 쌓은 훈련 클러스터 위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자체 언어모델은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남는 건 텅 빈 서버였다. 잉여 자원을 판다는 발표는 AI 붐이 꺾였다는 신호가 아니라, 메타 한 회사의 실패한 베팅이 낳은 결과물에 가까웠다.

공교롭게도 바로 전날에는 정반대 뉴스가 나왔다. 구글이 컴퓨팅 부족으로 자사 제미나이 모델의 사용을 제한한다는 소식이었다. 메타는 남아돌고 구글은 모자란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실은 서로 다른 시장 얘기다. 훈련용 컴퓨팅과 추론용 컴퓨팅은 같은 GPU를 쓰더라도 완전히 다른 수요 곡선을 그린다.

이 흐름은 곧바로 증권가 리포트로도 이어졌다. 서버향 D램 판가가 예상치를 웃돌고, AI 추론 과정에서 필수적인 KV 캐시 수요로 낸드플래시까지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KV 캐시는 LLM이 답변을 생성할 때 이전 연산 결과를 저장해두는 메모리 공간으로, 문맥이 길어지고 동시 접속자가 늘수록 필요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AI 서비스가 훈련 단계를 넘어 실제 운영 단계로 접어들수록, 메모리 수요는 오히려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셈이다. 한 증권사는 이 근거로 2026년과 2027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20%, 24% 상향 조정했다.

메타발 뉴스에 흔들린 하루였지만, 정작 흔들려야 했던 건 메모리 업황 전망이 아니라 "메타는 왜 잉여 컴퓨팅이 생겼는가"라는 질문이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