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 인사이트=신형탁 기자 | 미국이 이란 라라크섬의 로켓 발사대를 타격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90달러선으로 올라섰다. 한 달 넘게 잦아들었던 미국과 이란의 직접 충돌이 재개된 것이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현지시각 30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으로 해상 기뢰를 실은 로켓을 발사하려는 정황을 포착하고 발사대 두 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 대변인 팀 호킨스 해군 대령은 "오늘 미군이 라라크섬의 이란 발사대 두 곳을 타격한 사실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주 중부사령부는 해협의 국제 항로에서 기뢰 제거를 완료했다"며 "미군은 이 지역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이 필수 수로의 자유로운 통항을 보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브렌트유 90.46달러
31일 아시아 거래에서 유가는 상승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90.46달러를 기록했다. 직전 거래일인 8월 28일 종가 89.31달러보다 1.29% 오른 수준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5.55달러로 8월 28일 83.40달러보다 2.58% 올랐다. WTI의 상승폭이 브렌트유보다 컸다.
| 브렌트유(11월물) | 90.46달러 (+1.29%) |
| WTI(10월물) | 85.55달러 (+2.58%) |
| 8월 저점(8월 26일) | 브렌트 87.84달러 |
| 8월 고점(8월 21일) | 브렌트 94.39달러 |
*출처=선물시장 종가 기준
다만 이번 상승은 8월 고점을 되돌린 수준은 아니다. 브렌트유는 8월 21일 94.39달러까지 올랐다가 26일 87.84달러로 밀렸고, 이번 충돌로 90달러대를 회복했다. 8월 한 달로 보면 여전히 고점 아래에 있다.
공급이 아니라 통로의 문제
이번 유가 상승의 성격을 이해하려면 무엇이 위협받았는지를 봐야 한다. 타격 대상은 유전이나 정제시설이 아니라 기뢰를 실을 로켓 발사대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길목이다. 산유국이 기름을 덜 뽑아서가 아니라, 이미 뽑은 기름이 지나갈 길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가격에 붙은 것이다.
시장에서 말하는 지정학 프리미엄이 이런 것이다. 실제 공급이 줄어든 것이 확인되지 않아도, 줄어들 수 있다는 확률만으로 선물 가격이 먼저 움직인다. 상황이 진정되면 이 프리미엄은 비교적 빠르게 빠진다.
이란은 반격에 나섰다. 이란 국영매체는 31일 이란군이 요르단 내 미군 기지 두 곳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요르단군은 날아온 미사일 8발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한국 경제에 붙는 비용
한국은 원유를 전량 수입한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그만큼 수입 대금이 늘어난다. 원유가 들어오는 항로의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남의 일이 아니다.
여기에 환율이 겹친다. 31일 원·달러 환율은 1,374.89원 수준이다. 원유 대금은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서 환율까지 높으면 원화로 환산한 부담은 두 배로 커진다.
달러인덱스는 99.61로 8월 27일 99.16보다 0.45% 올랐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가 강해졌다는 뜻이다.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와 미국 통화정책 전망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확인된 것과 확인 안 된 것
확인된 사실은 셋이다. 미군이 라라크섬 발사대 두 곳을 타격했고, 이란이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공격했으며, 브렌트유가 90달러선을 회복했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실제 원유 공급 차질이다. 현재까지 유전이나 수출 터미널이 멈췄다는 보고는 없다. 중부사령부는 지난주 국제 항로의 기뢰 제거를 마쳤다고 밝혔고, 항로가 실제로 봉쇄된 상태도 아니다.
앞으로 볼 기준값은 두 가지다. 하나는 브렌트유가 8월 고점인 94.39달러를 넘어서는지 여부다. 넘어선다면 시장이 단순한 프리미엄이 아니라 실제 공급 차질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통항량이다. 보험료가 오르거나 선사들이 우회를 택하면 그때부터는 심리가 아니라 실물의 문제가 된다.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
사진=U.S. Navy photo by Photographer's Mate 2nd Class Andrew M. Meyers / 퍼블릭도메인.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