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 인사이트=신형탁 기자 | 금융위원회가 바이낸스 해킹 사고를 계기로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의 보안 체계를 긴급 점검했다. 콜드월렛 비중을 높이고 준비금을 더 쌓으라고 업계에 요청했다.
금융위는 지난 2일 유영준 디지털금융정책관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었다.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주요 가상자산사업자가 참석했다.
DAXA는 국내 원화 거래소들이 만든 자율 협의체다. 상장과 폐지, 투자 유의 종목 지정 같은 공통 기준을 함께 정한다.
회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바이낸스 사고가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살피고, 국내 사업자가 비슷한 공격을 막을 준비가 돼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핫월렛에서 63억달러 무단 출고
바이낸스는 한국시간 10월 30일 핫월렛에서 약 63억달러(약 8조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무단으로 빠져나갔다고 발표했다.
바이낸스는 탈취 자산을 추적해 동결하는 한편, 이용자 피해는 회사 자금 등으로 모두 보전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금융위가 정리한 사고 원인 가능성은 두 갈래다. 임직원의 업무용 노트북이 뚫려 내부 시스템에 접근했을 가능성, 그리고 거래 승인·서명 시스템에 권한 없는 접근이 이뤄져 출고됐을 가능성이다.
두 경로 모두 외부에서 지갑을 직접 부순 것이 아니라 내부 승인 절차를 거쳐 돈이 나갔다는 점에서 같다. 이번 점검이 사람과 권한 관리에 맞춰진 이유다.
점검 대상은 승인·서명 체계
금융위는 국내 사업자의 전산 시스템 접근 통제, 핫월렛 출고 승인·서명 체계, 관리자 권한 관리 현황을 중점적으로 봤다.
출고 승인·서명 체계는 지갑에서 코인을 내보낼 때 누가, 몇 단계를 거쳐 승인하는지를 정한 절차다. 서명 권한을 가진 기기나 계정 하나가 뚫리면 겉으로는 정상 출고와 구별되지 않는 거래가 만들어질 수 있다.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해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조치 네 가지도 요청했다.
| 구분 | 내용 |
|---|---|
| 지갑 | 콜드월렛 보관 비중 상향 |
| 감시 | 입출고 상시 모니터링, 대응 인력 추가 확보 |
| 공유 | 비정상 접근 시도 즉시 보고·공유 |
| 보상 재원 | 준비금 추가 적립 |
*출처=금융위원회 2일 보도참고자료
현행 기준은 콜드 80%, 보험·준비금 5%
핫월렛은 인터넷에 연결된 지갑이다. 입출금이 빠른 대신 해킹에 노출된다. 콜드월렛은 인터넷과 분리된 지갑으로, 꺼내 쓰기는 번거롭지만 원격 공격이 어렵다.
2024년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체계에서 사업자는 이용자 가상자산 경제적 가치의 80% 이상을 콜드월렛에 둬야 한다. 금융위가 2023년 12월 내놓은 하위 규정안 기준이다.
핫월렛에 남긴 자산에 대해서는 그 경제적 가치의 5% 이상을 보상 한도로 하는 보험에 들거나 같은 금액을 준비금으로 쌓아야 한다. 핫월렛에 1000억원어치가 있다면 50억원 이상을 대비해 두라는 뜻이다.
이번 바이낸스 사고 규모를 대입하면 이 비율이 갖는 의미가 드러난다. 핫월렛에서 한 번에 빠져나간 금액을 회사가 메우려면 그만큼의 자체 재원이 있어야 한다. 금융위가 콜드월렛 비중 상향과 준비금 추가 적립을 함께 꺼낸 이유다.
규제 강화 여부는 아직 미정
이번 회의는 기존 규정 안에서의 당부다. 콜드월렛 의무 비율이나 준비금 기준을 바꾸겠다는 내용은 발표에 없었다.
금융위는 관계기관, 업계와 협력해 추가 침해 사고를 막고 피해 확산을 방지할 대응 체계를 계속 강화하겠다고만 밝혔다.
시세는 아직 사고 이전 수준을 되찾지 못했다. 비트코인은 3일 오전 10시께 업비트에서 1억389만4000원에 거래됐다. 해외 거래소 OKX 기준으로는 7만7210달러로, 연준 결정이 나온 10월 28일 종가(8만1776달러)보다 5.6% 낮다.
앞으로 볼 것은 세 가지다. 바이낸스가 탈취 자산을 얼마나 동결해 회수하는지, 국내 사업자의 콜드월렛 비중이 실제로 높아지는지, 금융위가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규정 개정에 나서는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