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지난주 8억5,354만달러가 순유입됐다. 3일부터 7일까지 한 주간 기록으로 4월 중순 이후 가장 큰 주간 유입액이다. 상반기 내내 자금이 빠져나가던 흐름이 8월 들어 방향을 바꿨다.

다만 들어온 돈의 행선지는 한 곳에 몰렸다.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 한 종목이 6억9,300만달러를 가져갔다. 전체 유입액의 81.2%다. 나머지 상품들이 나눠 가진 금액은 1억6,054만달러에 그쳤다.

상반기 54억달러 유출, 출시 이후 처음이었다

이번 유입이 주목받는 이유는 직전 반년이 워낙 나빴기 때문이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는 올해 상반기에 54억달러가 순유출됐다. 2024년 1월 상장 이후 반기 기준으로 자금이 순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금 이탈은 가격 하락과 맞물렸다. 비트코인은 상반기에 33% 떨어져 6월 말 6만달러 아래로 밀렸다. ETF는 기관과 개인이 증권계좌에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통로인데, 가격이 빠지자 이 통로를 통해 돈이 빠져나간 것이다. 직접 코인을 사고파는 것보다 ETF 환매가 간편하다는 점도 유출 속도를 키웠다.

7월 이후로는 되돌림이 진행 중이다. 연초 이후 누적 순유출은 현재 약 45억달러 수준이다. 상반기 마감 시점의 54억달러와 비교하면 7월과 8월 두 달 사이에 약 9억달러가 다시 들어온 셈이다. 상반기 유출분의 16.7%를 회복한 정도이며, 연간으로는 여전히 마이너스다.

8월 들어 순유출을 기록한 날이 하루도 없다

8월의 특징은 규모보다 연속성에 있다. 이달 들어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가 하루 단위로 순유출을 기록한 날은 아직 없다. 첫 3거래일에만 6억2,600만달러가 들어왔고 이 가운데 블랙록 IBIT 몫이 4억7,900만달러, 즉 76.5%였다. 7일 하루에도 1억200만달러가 순유입됐고 같은 날 이더리움 현물 ETF에도 약 5,000만달러가 들어왔다.

날짜별로 보면 자금이 앞쪽에 몰렸다. 첫 3거래일 6억2,600만달러 이후 6일과 7일 이틀 동안 들어온 금액은 2억2,754만달러다. 주 후반으로 갈수록 유입 강도가 줄었다는 뜻이다. 유입 자체는 끊기지 않았지만 초반의 기세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가격은 이 자금 유입에 비해 조용했다. 비트코인은 10일 6만4,989.86달러에 거래됐다. 24시간 전보다 0.13% 올랐고 일주일 전과 비교해도 1.46% 상승에 그쳤다. 8억달러가 넘는 신규 자금이 들어온 주에 가격은 1%대 상승에 머물렀다. 매수 자금이 유입되는 동시에 다른 쪽에서 매도 물량이 나왔다는 뜻으로 읽힌다.

돈이 돌아와도 한 곳으로만 돌아온다

81.2%라는 집중도는 이 시장의 구조를 보여준다. 미국에는 10개가 넘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돼 있지만, 지난주 들어온 1달러 가운데 81센트가 블랙록 한 곳으로 갔다. 첫 3거래일 기준으로도 76.5%였다. 자금이 돌아오는 국면에서도 쏠림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이 쏠림의 결과는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산운용사 해시덱스는 뉴욕증권거래소 아르카에서 'DEFI' 종목코드로 거래되던 비트코인 현물 ETF를 청산하기로 했다. 최종 거래일은 오는 17일이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가운데 문을 닫는 첫 사례다.

ETF는 규모가 커야 유지된다. 운용보수는 순자산 대비 비율로 매겨지기 때문에 자산이 적으면 수수료 수입이 운용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 거래량이 적으면 사고파는 가격 차이인 스프레드도 벌어져 투자자에게 불리해지고, 그러면 자금이 더 빠지는 악순환에 들어간다. 투자자 입장에서 확인할 점은 분명하다. 같은 비트코인을 담고 있어도 상품별로 규모와 거래량이 다르며, 작은 상품은 청산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한다.

지금 확인할 것

확인된 것은 8월 들어 자금 유입이 하루도 끊기지 않았고 주간 규모가 4월 중순 이후 최대였다는 사실이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이 흐름이 추세인지다. 연초 이후 누계는 여전히 45억달러 순유출이고, 8억5,000만달러는 그 가운데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상반기 유출을 되돌리려면 지금 속도로도 여러 달이 걸린다.

다음에 볼 기준값은 세 가지다. 첫째는 순유출이 나오는 날이다. 8월 들어 아직 하루도 없었던 순유출일이 나타나고 그것이 이틀 이상 이어지면 이번 유입은 일시적 되돌림이었을 가능성이 커진다. 둘째는 블랙록 쏠림이다. IBIT 비중이 81%대에서 60%대로 내려온다면 시장 전반으로 수요가 퍼지고 있다는 신호가 된다. 반대로 90%에 가까워지면 나머지 상품의 추가 청산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셋째는 가격 반응이다. 자금이 계속 들어오는데도 비트코인이 7일 고점 6만5,483달러를 넘지 못하면, 유입되는 자금만큼 어디선가 매도 물량이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