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다섯 차례 연속 동결이다. 다만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표결은 찬성 9, 반대 3으로 갈렸고, 반대표를 던진 세 명은 모두 금리를 내리자가 아니라 올리자는 쪽이었다.
연준 발표문에 따르면 베스 해맥, 닐 카시카리, 로리 로건 위원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안을 선호했다. 금리 인하 기대가 남아 있던 시장에 방향이 반대인 신호가 나온 셈이다.
동결인데 왜 매파적이라고 하나
기준금리 숫자만 보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시장이 이번 회의를 긴축 쪽으로 받아들인 이유는 반대표의 성격 때문이다.
FOMC에서 반대표는 드물지 않지만, 12명 중 3명이 동시에 인상을 주장한 것은 위원회 내부의 무게중심이 이동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통상 반대표는 한두 명에 그치고, 최근 몇 년간 나온 반대표는 대체로 완화를 더 하자는 쪽이었다. 이번에는 방향이 뒤집혔다. 다음 회의에서 이들 중 일부만 설득에 성공해도 결정이 바뀔 수 있는 구도다.
배경에는 물가가 있다. 연준은 발표문에서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는데,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물가가 목표에서 멀어지는 국면에서 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완화에 가깝다는 것이 인상론자들의 논리다.
채권시장이 먼저 움직였다
정책금리는 그대로였지만 시장금리는 올랐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3일 기준 4.69%로, 지난달 31일에는 4.74%까지 올라 최근 6개월 사이 가장 높았다. 지난 2월 27일 3.96%가 저점이었으니 반년도 안 돼 0.78%포인트 상승했다.
국채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내린다는 뜻이고, 투자자들이 그 돈을 빌려주는 대가를 더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만기가 긴 30년물 금리는 19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다. 단기금리는 연준이 직접 정하지만 장기금리는 시장이 정하는데, 장기 쪽이 더 크게 오른다는 것은 시장이 물가가 오래 높게 유지될 가능성에 가격을 매기고 있다는 뜻이다.
장기금리 상승은 주식과 가상자산 같은 위험자산에 부담이 된다. 안전한 국채가 연 4~5%를 주는 상황에서는, 그보다 위험한 자산이 요구받는 기대수익률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이다.
달러는 오히려 약해졌다
금리가 오르면 통상 그 나라 통화가 강해지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달러인덱스는 99.80으로 최근 7일 사이 1.56% 내렸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달 24일 1,474.04원에서 4일 1,429.78원으로 낮아졌다.
여기에는 미국과 일본의 환율 대응 움직임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엔화 약세가 이어지자 미국과 일본 당국이 엔화를 방어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달러 반대편 통화들이 함께 강세를 보였다. 다만 이 부분은 당국의 공식 개입 발표로 확인된 사안이 아니라 시장 관측 단계이므로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환율이 내리면 국내 투자자에게는 해외 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달러로 표시된 비트코인 가격이 그대로여도 원화 환산 가격은 내려간다는 뜻이다.
지금 확인할 것
확인된 것은 금리 동결과 3인의 인상 반대표, 그리고 10년물 4.69%라는 숫자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9월 회의에서 인상이 실제로 이뤄질지 여부다. 반대표가 세 표라는 사실은 위원회 내부 논의의 방향을 알려주지만, 그 자체로 다음 결정을 확정하지는 않는다.
다음에 볼 것은 두 가지로 좁힐 수 있다. 첫째는 다음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발표다. 물가가 다시 오르면 인상론이 힘을 얻고, 꺾이면 이번 반대표는 소수 의견으로 남는다. 둘째는 국채 10년물 금리가 지난달 31일 고점인 4.74%를 넘어서는지다. 이 선을 뚫고 올라가면 시장이 인상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고, 4.4%대까지 되밀리면 이번 상승이 일시적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정책 발표보다 채권 금리가 먼저 방향을 알려주는 경우가 많으므로, 회의 일정만 기다리기보다 금리 흐름을 함께 보는 편이 낫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