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가 최근 낸 보고서 《Trading Strategy: Long China's AI Value Chain》은 숫자 두 개를 나란히 세우는 데서 출발한다. 중국 AI 관련 기업들은 전 세계 AI 매출의 16%를 벌어들이고, 시가총액으로는 전 세계 AI 시장의 약 10%, 금액으로는 4조 달러를 차지한다는 게 이 보고서의 계산이다. 그런데 글로벌 뮤추얼펀드가 테크 섹터 안에서 중국 AI 자산에 배분한 비중은 1.2%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벌어들이는 몫과 실제로 돈이 들어와 있는 몫 사이의 격차가 16배 가까이 벌어져 있는 셈이다.
보통은 이런 격차가 오래 방치되지 않는다. 자금은 매출과 이익이 나는 쪽을 뒤늦게라도 따라가는 게 상식이다. 이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배경에는 그동안 시장을 지배해온 단일한 이야기가 있다. AI 투자라고 하면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미국 중심 공급망을 떠올리는 게 관행이었고, 자체 공급망을 갖춘 중국 AI 밸류체인은 이 이야기 바깥에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이 격차를 저평가의 근거로 읽는다. AI 도입에 따른 효율화와 이익 잠재력이 현재 중국 증시가 반영한 기대치보다 최소 50%에서 많게는 100% 이상 높다는 게 이 보고서의 추정이다. 이를 근거로 골드만삭스는 GSXACART라는 바스켓을 구성해 밸류체인을 다섯 단계로 나눠 롱 포지션을 잡았다고 밝혔다. 전력, 반도체, AI 인프라, AI 모델, AI 애플리케이션이다.
다섯 단계 중 가장 앞자리에 놓인 건 반도체나 모델이 아니라 전력이다. 데이터센터가 잡아먹는 전력량이 결국 AI 투자의 병목이 된다는 논리로, 미국이든 중국이든 국가를 가리지 않는 공통 테마라는 뜻이기도 하다. 반도체 단계에서는 중국 로컬 메모리 업체인 YMTC와 CXMT가 핵심으로 꼽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YMTC의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은 8%에서 13%로 올라섰고,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445% 늘었다. AI 모델 단계에서는 딥시크로 대표되는 초저비용·고성능 노선이 지난 1년간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이 진단이 그대로 맞아떨어질지는 다른 문제다. 매출 비중과 자금 배분의 격차 자체는 확인 가능한 숫자지만, 그 격차가 좁혀지는 계기가 무엇일지는 보고서에 명시돼 있지 않다. 벤치마크 편입이든 규제 완화든 구체적인 방아쇠가 없다면, 이 갭은 저평가 신호가 아니라 그냥 오랫동안 방치되는 갭으로 남을 수도 있다. 이 보고서는 텔레그램을 거쳐 재인용된 것이어서, 16%나 1.2%, 445% 같은 숫자는 원 보고서를 다시 확인하기 전까지는 참고치로 받아들이는 편이 맞다.
이 흐름을 한국 투자자가 남 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도 있다. YMTC와 CXMT 같은 중국 로컬 메모리 업체의 점유율 확대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주도해온 메모리 사이클 구도에 새로운 경쟁 변수를 얹는다. 중국 AI 밸류체인이 저평가 매력으로 부각되는 흐름과, 한국 메모리주의 밸류에이션이 흔들릴 수 있는 리스크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두 개의 결과다.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라는 익숙한 이름만 좇는 사람에게는 이 격차 자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매출과 자금의 격차를 따로 떼어 보는 사람에게는, 그 격차가 이미 다음 자리를 알려주는 신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