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앙은행이 올해 2분기에 금 289t을 순매수했다. 세계금협회(WGC)가 발표한 '골드 디맨드 트렌드' 2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 수치는 지난해 2분기 177.9t보다 62% 많고, 1분기 수정치 57t의 다섯 배가 넘는다. 2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주목할 부분은 시점이다. 중앙은행이 사들인 이 분기는 금값이 올해 고점에서 내려오던 구간이었다. 개인 투자자와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이 빠져나가던 때에 중앙은행만 반대로 움직였다.

같은 분기, 정반대로 움직인 두 부류

2분기 전 세계 금 총수요는 1,269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사실상 같았다. 총량은 그대로인데 안을 뜯어보면 구성이 완전히 달라졌다. 중앙은행 수요 289t은 전체의 22.8%를 차지했다. 이 증가분이 다른 부문의 감소를 메운 것이다.

줄어든 쪽은 뚜렷하다. 금 ETF에서는 2분기에 45t이 순유출됐다. ETF와 골드바, 골드코인을 합친 투자 수요는 262t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골드바와 코인 투자는 전년 대비 3% 감소에 그쳐 비교적 버텼지만, ETF 쪽에서 자금이 빠졌다. 금 ETF는 실물 금을 보관하고 그 지분을 주식처럼 사고파는 상품이라 개인과 기관의 단기 심리가 가장 빨리 반영되는 통로다.

장신구 수요는 2분기에 전년 대비 17% 줄었다. 다만 금액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상반기 장신구 수요 금액은 전년 대비 22% 늘어 860억달러였다. 무게로는 덜 샀는데 금액은 늘었다는 것은 가격이 그만큼 올랐다는 뜻이다. 소비자는 값이 오르자 사는 양을 줄인 것이다.

폴란드와 중국이 끌었고 러시아가 팔았다

국가별로 보면 매수는 몇 나라에 몰려 있다. 폴란드가 51t으로 가장 많이 샀고 보유량은 632t까지 늘었다. 2분기 전체 순매수의 17.6%를 폴란드 한 나라가 채운 셈이다. 중국은 33t을 늘렸는데 2023년 4분기 이후 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우즈베키스탄이 16t, 카자흐스탄이 15t을 더했고 요르단과 체코가 각각 6t을 샀다. 상위 네 나라를 합치면 115t이다.

반대로 판 나라도 있다. 러시아가 22t을 줄여 2분기 최대 순매도국이 됐고 튀르키예도 4t을 줄였다. 두 나라를 합치면 26t 순매도다. 중앙은행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중앙은행이 금을 늘리는 이유는 대체로 세 가지로 정리된다. 외환보유액을 달러 한 곳에 몰아두지 않으려는 분산, 자국 통화 변동에 대한 방어, 그리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비한 완충이다. 금은 어느 나라의 부채도 아니어서 상대국이 동결하거나 무효화할 수 없다. 폴란드처럼 지정학적 위험에 직접 노출된 나라가 공격적으로 늘려온 배경이다.

분기 숫자는 최대인데 상반기 누계는 4년 만에 최저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다. 2분기 289t은 분명 2분기 기준 역대 최대지만, 상반기 누계로 보면 그림이 다르다. 올해 상반기 중앙은행 순수요는 345t으로 2022년 상반기 241t 이후 가장 적었다. 1분기가 57t으로 워낙 저조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345t 가운데 83.8%가 2분기에 몰렸다.

즉 중앙은행 매수는 꾸준히 늘어난 것이 아니라 1분기에 멈췄다가 2분기에 몰아서 재개된 형태다. 상반기 전체 금 수요는 2,522t, 금액으로는 3,800억달러였다. 폴란드는 상반기 누계 82t, 중국은 40t을 늘렸다.

앞으로에 대한 중앙은행들의 답변은 한쪽으로 쏠려 있다. WGC의 중앙은행 금 보유 설문에서 응답자의 89%가 향후 1년간 세계 중앙은행 보유량이 늘어날 것으로 봤고, 자국 보유량을 직접 늘리겠다고 답한 비율은 45%로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다만 설문은 계획이지 집행이 아니다. 1분기 57t이 보여주듯 계획과 실제 매수는 어긋날 수 있다.

지금 가격은 어디쯤인가

10일 국제 금 선물은 온스당 4,392.90달러에 거래됐다. 하루 전보다 1.20% 올랐고 일주일 사이에는 8.90% 급등했다. 지난달 16일 저점 3,986달러와 비교하면 10.2% 높은 수준이다.

다만 사상 최고가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금값은 올해 1월 29일 온스당 5,318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내림세를 이어왔고, 현재 가격은 그보다 17.4% 낮다. 지금 국면은 신고가 경신이 아니라 저점에서 올라오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지금 확인할 것

확인된 것은 중앙은행이 가격이 내려간 분기에 오히려 크게 사들였다는 사실이다. 가격에 반응해 사고파는 투자 수요와 달리 중앙은행 매수는 준비자산 정책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이 수요는 가격이 빠질 때 바닥을 받치는 성격을 갖는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이 흐름이 3분기에도 이어질지다. 2분기 수치는 이미 지나간 분기의 기록이고, 최근 일주일간의 8.90% 상승은 아직 어떤 수요가 만들었는지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다.

다음에 볼 기준값은 세 가지다. 첫째는 오는 3분기 보고서에서 중앙은행 순매수가 1분기 수준인 57t대로 되돌아가는지, 아니면 200t을 넘겨 2분기 흐름을 잇는지다. 둘째는 금 ETF 자금이다. 2분기 45t 순유출이 순유입으로 돌아서면 개인과 기관이 방향을 바꿨다는 신호가 된다. 셋째는 가격이다. 온스당 4,500달러를 넘으면 저점 되돌림을 지나 추세 전환 논의가 가능해지고, 4,300달러 아래로 다시 내려가면 이번 상승은 단기 반등에 그친 것으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