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 인사이트=신형탁 기자 | 은행이 대출금을 예금과 맞바꿔 가져갈 때 지켜야 하는 최저생계비를, 앞으로는 법원 판결문 없이 계좌 조회 결과만으로 입증할 수 있게 된다. 금융감독원과 금융결제원의 ‘은행권 최저생계비 조회용 계좌통합조회서비스’가 30일부터 은행별로 시행에 들어갔다.
첫날인 30일부터 준비를 마친 은행부터 순차 도입되며, 10월 안에 모든 취급 은행에서 시행을 마칠 예정이다.
상계 금지 예금 250만원
상계는 은행이 고객에게 빌려준 돈과 고객이 맡긴 예금을 서로 맞바꿔 없애는 것을 말한다. 대출을 갚지 못한 고객의 통장에서 은행이 돈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그런데 민법은 압류할 수 없는 돈으로는 상계할 수 없다고 정한다. 민사집행법상 개인별 예금 잔액 250만원 이하는 압류금지 대상이다. 올해 2월 1일 개정 시행된 기준이다. 생활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돈은 빚이 있어도 남겨두라는 취지다.
문제는 입증이었다. 대다수 은행은 이 돈이 최저생계비라는 증거로 법원 판결문만 인정해왔다. 판결문을 받으려면 비용과 시간이 든다. 소액이다 보니 아예 돌려받기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미 계좌조회 인정
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2024년 2월 8일 판결(2021다206356)에서 금융결제원 계좌정보통합조회 내역과 입출금 내역 등으로도 압류금지 예금임을 증명할 수 있다고 봤다. 반드시 사전에 법원 결정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금감원이 소개한 민원 사례도 이 간극을 보여준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내계좌 한눈에’ 조회 결과와 수급자 증명서를 냈지만, 은행은 판결문이 없다며 거절했다.
은행들이 기존 조회 결과를 믿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숨김계좌’였다. 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게 설정한 계좌는 기존 조회에서 빠졌다. 이번 서비스는 숨김계좌까지 조회 결과에 포함했다. 은행은 조회 결과에 숨김계좌 정보가 담긴다는 사실을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
| 구분 | 내용 |
|---|---|
| 서비스명 | 은행권 최저생계비 조회용 계좌통합조회 |
| 시행 | 9월 30일부터 순차, 10월 중 완료 |
| 취급 은행 | 15곳 |
| 조회 범위 | 은행권 전체 계좌(숨김계좌 포함) |
| 압류금지 예금 | 개인별 잔액 250만원 이하 |
*출처=금융감독원·금융결제원
은행 창구에서 신청
이용하려면 서비스를 취급하는 은행 창구를 찾아가 신청하고 조회에 동의하면 된다. 은행이 금융결제원을 거쳐 고객의 은행권 계좌 잔액을 모아 받고, 그 결과를 고객에게 안내한 뒤 상계 업무에 활용한다.
취급 은행은 15곳이다. 부산·경남·광주·전북은행과 기업·산업은행, 카카오뱅크 등 7곳은 9월 말, 국민·우리·하나·신한·iM·제주은행과 농협·수협은행 등 8곳은 10월 중 시작한다.
상계할 때 이미 최저생계비를 빼주는 8개 은행은 참여를 스스로 정하게 했다. 이 중 하나, iM, 부산, 카카오 4곳이 참여한다.
주의할 점도 있다. 은행은 대출 약정 때처럼 조회가 필요 없는 시점에 미리 동의를 받아둘 수 없다. 조회 결과는 은행권 잔액만 담기 때문에,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잔액 확인을 위해 은행이 ‘내계좌 한눈에’ 결과를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
2금융권 확대는 협의 중
이미 상계된 예금도 최저생계비라면 돌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명확한 근거 없이 반환 요청 기한을 제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보호받는 방법도 있다. 올해 2월부터 은행권 등에서 개설할 수 있는 생계비계좌에 넣은 돈은 250만원 한도 안에서 압류와 상계로부터 원천 보호된다. 따로 입증할 필요가 없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한도 250만원을 넘는 금액이 들어오면 초과분을 다른 계좌로 자동 송금하는 ‘분리송금’ 제도도 시행될 예정이다.
남은 과제는 조회 범위다. 금감원과 금융결제원은 제2금융권까지 포함하는 방안과 비대면 신청 도입을 협의하고 있다. 10월 말 전 은행 시행이 제때 마무리되는지가 첫 점검 대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