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수요 확인에 반도체 쌍끌이
외국인·기관 3조7천억 순매수
코바 인사이트=신형탁 기자 | 코스피가 사흘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며 장중 4%를 넘게 뛰었다. 12일 오후 1시 14분 코스피는 전 거래일 종가 6,345.11보다 292.06포인트(4.60%) 오른 6,637.17을 기록했다.
상승 폭이 워낙 가팔라 프로그램 매수 주문이 일시 정지되는 조치까지 나왔다.
지수를 끌어올린 것은 반도체 두 종목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7%대로 뛰었다.
11시 57분 매수 사이드카 발동
이날 오전 11시 57분 유가증권시장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1,037.76으로 50.68포인트(5.13%) 급등한 데 따른 조치다.
사이드카는 선물 가격이 짧은 시간에 크게 움직일 때 프로그램 매매 주문의 효력을 5분간 멈추는 제도다. 컴퓨터가 미리 짜인 조건대로 대량 주문을 쏟아내면 현물 시장까지 한쪽으로 쏠릴 수 있어, 잠시 숨을 고르게 하는 장치로 보면 된다.
흔히 알려진 서킷브레이커와는 다르다. 서킷브레이커가 시장 전체 거래를 멈추는 강한 조치라면, 사이드카는 프로그램 매매에만 제동을 거는 예비 단계다.
이번은 하락이 아니라 상승에 걸린 매수 사이드카였다. 시장이 무너져서가 아니라 너무 빨리 올라서 발동됐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7.62%, SK하이닉스 7.02%
삼성전자는 25만7,750원으로 7.62% 올랐다. SK하이닉스는 152만5,000원으로 7.02% 상승했다.
두 종목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이들이 7%씩 오르면 지수 자체가 밀려 올라간다. 이날 지수 상승분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에서 나온 셈이다.
직전 종가와 견줘 보면 붙은 폭이 뚜렷하다. 11일 삼성전자 종가는 23만9,500원, SK하이닉스는 142만5,000원이었다. 하루 만에 각각 1만8,000원대, 10만원이 얹혔다.
| 구분 | 내용 |
| 코스피 | 6,637.17 (+292.06p, +4.60%) |
| 코스닥 | 859.52 (+1.68p, +0.20%) |
| 삼성전자 | 25만7,750원 (+7.62%) |
| SK하이닉스 | 152만5,000원 (+7.02%) |
| 코스피200 선물 | 1,037.76 (+5.13%) |
| 매수 사이드카 | 오전 11시 57분 발동 |
*출처=한국거래소, 12일 오후 1시 14분 기준
외국인 2조6,300억 순매수
수급은 한쪽으로 확실히 기울었다. 외국인이 2조6,300억원, 기관이 1조500억원을 순매수했다. 둘을 합치면 3조6,800억원이다.
반대편에서 개인은 3조4,400억원을 순매도했다. 오른 가격에 물량을 넘긴 쪽이 개인이었다는 의미다.
외국인과 기관이 같은 방향으로 3조원 넘게 사들이는 날은 흔하지 않다. 개별 종목에 대한 판단이라기보다 한국 반도체 업종 전체에 대한 자금 배분이 움직였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AI 인프라 수요가 촉발점
촉발점은 간밤 미국 시장이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였고, 장 마감 뒤 코어위브와 슈퍼마이크로컴퓨터가 양호한 실적을 내놨다.
두 회사는 인공지능 연산에 쓰이는 데이터센터 설비와 서버를 공급한다. 이들의 실적이 좋다는 것은 AI를 돌리기 위한 하드웨어 주문이 실제로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 대목이 국내 반도체와 연결된다. AI 서버에는 고대역폭 메모리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가 대량으로 들어간다. 서버 수요가 확인되면 메모리 주문도 따라 늘어난다는 기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코스닥 0.20%, 쏠림의 그늘
다만 시장 전체가 고르게 오른 것은 아니다. 같은 시각 코스닥은 859.52로 1.68포인트(0.20%)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피가 4.60% 오르는 동안 코스닥은 0.20%였다. 두 지수의 격차가 4.40%포인트에 이른다.
돈이 시장 전반에 퍼진 것이 아니라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됐다는 뜻이다. 이런 쏠림은 방향이 맞을 때는 지수를 빠르게 밀어 올리지만, 주도주가 흔들리면 되돌림도 그만큼 빠르다.
다음 확인 지점은 오늘 밤 물가
당장의 변수는 미국 물가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12일 오전 8시 30분 동부시간, 한국시간으로는 이날 밤 9시 30분에 7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한다.
시장은 헤드라인 물가가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3.4%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6월에는 전년 대비 3.5%였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금리 인하 기대가 뒤로 밀리고, 이날 반도체주를 사들인 외국인 자금의 셈법도 달라질 수 있다.
확인된 것은 AI 인프라 주문이 실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은 그 수요가 몇 분기나 이어질지, 그리고 메모리 가격에 얼마나 반영될지다.
당분간 지켜볼 기준값은 두 가지다.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는지, 그리고 코스닥과의 격차가 좁혀지는지다. 지수만 보고 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고 읽기에는 이날의 상승이 지나치게 한쪽에 몰려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