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가 낸 위클리 리포트에 따르면,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6.2배까지 내려왔다.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게 이 리포트의 계산이다. 삼성전자 선행 P/E는 4.8배로 2000년 이후 최저라고 짚었다. 그런데 같은 주 삼성전자는 2분기 잠정실적에서 사상 최대 매출을 발표했다. 실적은 역대급으로 좋아졌는데, 시장이 매기는 값은 역대급으로 낮아졌다.

이 조합은 상식과 어긋난다. 좋은 실적이 나오면 주가는 오르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코스피는 6월 고점 대비 약 20% 빠졌고, 그중 한 주 만에 8%가 내렸다. 골드만삭스는 이 리포트의 헤드라인을 그대로 이렇게 뽑았다. 밸류에이션은 역대급으로 싸졌는데 실적은 역대급으로 좋아졌다고.

숫자를 더 들여다보면 이 하락이 실적과는 무관하다는 정황이 쌓인다. 코스피 상장사 805곳 중 565곳, 70.2%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밑돈다. 회사를 통째로 팔아 자산만 정리해도 지금 주가보다 많이 남는다는 뜻이다. 시가총액 상위 2개 종목을 빼고 계산해도 12개월 선행 P/E는 10.1배, 24개월 기준으로는 8.6배로 여전히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몇몇 대형주만 눌린 게 아니라 시장 전체가 함께 눌렸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하락을 만든 손은 누구인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이 기간 내내 코스피 기술주를 중심으로 순매도를 이어갔다. 흥미로운 건 같은 기간 원화가 달러·엔·유로 대비 전부 강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주식은 팔면서 원화 자산 자체에 대한 베팅은 거두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6월 수출은 전월 대비 12.6% 늘어 7개월 연속 증가했고, 이 증가폭은 2010년 초 이후 가장 컸다. 팔린 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아니라 특정 섹터, 특정 포지션이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기술적 지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코스피 RSI(상대강도지수)는 2025년 4월 이후 최저치까지 내려왔다. 과매도 신호가 뜬 지 오래됐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매수는 들어오지 않았다. 밸류에이션과 실적이 사는 이유를 말해주는 동안, 수급과 심리는 파는 이유를 계속 만들어낸 셈이다.

이 괴리를 그대로 기회로 읽은 쪽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조정에도 코스피 12개월 목표치 12,000을 그대로 유지했다. 선호 테마로는 산업재, 전력 인프라, 지배구조 개선, 리플레이션 트레이드, 반도체 장비 공급망을 꼽았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구간에서 가격만 눌려 있을 때가 밸류에이션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매력적인 진입 구간이라는 논리다.

물론 싼 데는 이유가 있다는 반박도 가능하다. 지배구조 디스카운트, 지정학 리스크, 밸류업 정책의 실효성 의심처럼 코스피가 오랫동안 저평가돼온 구조적 이유는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이번 국면이 특이한 건, 그 디스카운트가 실적이 나빠서가 아니라 실적이 사상 최대인 와중에 오히려 더 깊어졌다는 점이다. 숫자만 보는 사람과 그 숫자를 만든 수급을 함께 보는 사람은, 같은 코스피 차트를 보고도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